[공기업 민영화 드러나는 윤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공기업 민영화작업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팔 수 있는 공기업은 모두 판다' 는 방침을 정한 기획예산위원회는 정부가 직접 투자.출자한 26개 공기업중 일단 9개를 우선 매각대상으로 정해 관련부처 등을 설득중이다.

하지만 한국담배인삼공사.한국중공업 등 일부 공기업에 대해 관계부처간 입장차가 완전히 좁혀지지 않아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기획예산위원회는 22일 매각대상 공기업을 청와대에 보고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연기하고 이번주 안에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더 갖기로 했다.

진념 (陳稔) 기획예산위원장은 22일 "관계 부처간의 의견조율이 남아 있다.

오늘 청와대 보고도 없었다" 면서 "그러나 6월말까지는 최종안을 대통령께 보고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밝혔다.

◇ 기획예산위 계획 = 기획예산위는 한국담배인삼공사.한국통신.포항제철.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한국중공업.한국종합기술금융.남해화학.국정교과서 등 9개 공기업을 우선 매각대상으로 선정했다.

기획예산위는 이들 공기업의 자회사 (45개) 도 함께 묶어 국내외에 매각한다는 방침이어서 우선 매각대상 공기업은 모두 54개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전체 공기업 1백8개 (금융기관 제외) 중 꼭 절반이며 매출액이나 종업원수로 따지면 무려 80%에 달하는 것이다.

기획예산위는 특히 한국중공업 등 일부 공기업에 대해선 경영권까지도 외국인 손에 넘기겠다는 구상이다.

공기업 매각을 통한 전체 외자유치 규모는 최소 1백억달러, 최대 1백50억달러를 기대하고 있다.

기획예산위는 공기업 매각의 신호탄으로 가장 먼저 시장에 내놓을 대상으로 한국담배인삼공사.한국통신을 생각하고 있다.

한국담배인삼공사는 올 하반기부터 정부지분 35.3%와 정부의 은행출자지분 53.9% 등 모두 89.2%의 지분을 국내외 기업에 매각, 경영권을 완전히 넘긴다는 방침이다.

한국통신은 올 하반기중 증시에 상장시켜 99년까지 정부지분 30.7%와 신주 (10%) 를 국내외에 매각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외국 투자가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포항제철은 99년까지 산업은행지분 26.7%를 완전 매각하고 기업은행지분 6%는 2000년 이후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또다른 관심대상인 한국전력은 올 하반기중 정부지분 69.8% 가운데 7.2%를 해외에 우선 매각하고 자산분할 방식으로 99년중에 열병합발전소 2곳과 일부 화력발전소를 처분할 계획이다.

◇ 아직 남은 부처간 입장차 =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경영권을 외국인 손에 넘길 수 있느냐는 문제다.

1차 매각대상에 들어 있는 한국담배인삼공사가 대표적이다.

재정경제부는 정부지분중 24%만 팔고 나머지는 추후 여건을 보자는 입장이다.

경영권이 외국인 손에 넘어갈 것을 우려해서다.

재경부는 국내 담배산업의 독점적 지위 및 잎담배 제조농가 보호 등을 충분히 감안하자는 주장이다.

한국중공업 매각에 대해선 산업자원부가 반발하고 있다.

침체된 증시상황과 높은 환율에 비춰 당장 통째로 매각해선 제값 받기가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경영권을 외국인에게 넘길 필요까지는 없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김광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