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과 과학]짝잃은 원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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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 속담은 쓸데없고 보람없게 된 사람의 처지를 이르는 말이다. 비슷한 표현으로 구슬없는 용, 날개없는 봉황, 줄없는 거문고 등이 있다.

원앙은 옛부터 부부금슬의 표본이었다.물위를 나란히 떠나니는 원앙의 모습을 보면 서로 싸운다거나 떨어져 산다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 쌍의 원앙 가운데 한 마리가 죽으면 끝내 나머지도 죽음의 길로 갈 것이라고 여겼다.

중국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혼례를 치를 때 한 쌍의 원앙을 선물하는 것은 이런 이유. 게다가 사이가 좋지 않는 부부가 원앙의 고기를 먹으면 애정이 다시 싹튼다는 속설까지 전해내려온다.

그러나 천연기념물 제327호이자 주로 한국.일본.중국등지에 분포하는 원앙은 알고 보면 더할 나위없는 '바람둥이' 다.

원앙의 산란기는 4월하순에서 7월까지. 이를 앞둔 월동기에서부터 산란기까지 원앙들은 짝짓기에 열을 올린다.

빼어난 아름다움을 지닌 수컷은 자갈색 앞가슴과 오렌지색의 부채형 날개를 돋우며 암컷을 한껏 유혹한다.

보통 한 마리 암컷에 열 마리 안팎의 수컷이 몰려와 구애작업을 벌이는데 암컷은 이중 한 수컷에 낙점을 찍는다. 이런 짝짓기는 매년 원앙이 사는 내륙의 물가나 숲속의 연못에서 일어나는 일. 그렇게 사이좋아 보이는 원앙이 수시로 '체인징 파트너' 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짝을 찾은 후에도 암컷이 알을 낳고 나면 수컷은 곧 암컷을 떠난다. 이때는 '바람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워낙 화려한 자신의 치장 탓에 암컷과 같이 있다간 알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부성 (父性) 의 발로에서다.

결혼식에서 주례가 '원앙처럼 살라' 고 하는 것은 동물생태학적 측면에서 보면 조금 살다 이혼하라는 말이 될 수도 있겠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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