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기 왕위전]서봉수 9단 - 조훈현 9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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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曺 - 徐, 올해 첫대결

제1보 (1~21) =70, 80년대에 조훈현.서봉수 두 사람은 거의 모든 결승전의 단골 주인공이었다.

연속극으로 치면 비슷한 스토리에 똑같은 주인공이 반복해 이어졌다.

팬들은 진저리를 치면서도 서봉수라는 인물에게 많은 박수를 보냈다.

曺9단이 정통코스를 밟은 귀족출신이라면 徐9단은 거리에서 혼자 배운 독학파. 徐9단은 그러나 잡초류라 불리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냈고 1인자 曺9단에게 끝없이 패하면서도 끝끝내 굴복하지 않는 투혼을 보여줬다.

이 두 사람이 올해는 이 바둑이 첫판이다.

영고성쇠의 세월 속에서 둘 사이의 거리가 멀어져 어느덧 만날 일이 없어진 것이다.

왕위전에서도 曺9단 4전4승, 徐9단 1승4패. 이같은 徐9단의 몰락은 바둑계에서도 미스터리에 속한다.

기량은 아직 충분한데 승부에선 덧없이 무너지는 것이다.

5월25일 오전10시 한국기원. 曺9단이 7에서 잠시 뜸을 들였을 뿐 10까지는 노타임으로 이어졌다.

曺9단은 커피잔을 입에 댄 채 잠시 판을 응시하더니 11.이 평범한 한 수로 흐름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11은 보통 '참고도' 흑1에 먼저 붙인 다음 두는게 상식. 나중에 6으로 잡더라도 7로 막아두면 A로 빠지는 뒷맛이 남기 때문이다.

이를 모를리 없는 曺9단이 그냥 11에 두자 徐9단은 즉각 14를 서둘렀다.

曺9단은 물론 받아줄 마음이 없다.

그런 점에서 11은 일종의 유인이었는지도 모른다.

16과 17도 기세. 세월은 흘렀으나 두 사람의 수에선 불꽃이 튄다.

18은 '가' 로 받게한 뒤 '나' 로 갈라치려는 수. 그걸 간파한 曺9단이 어림없다는듯 19, 21로 바쁘게 만든다.

박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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