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월드컵]멕시코전 치른 차범근 감독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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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3 - 1 역전패. 14일 새벽 리옹의 제를랑 경기장에서 선취점을 뽑고도 멕시코에 일격을 당한 후 공식 인터뷰장으로 들어서는 차범근 감독은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로 힘이 빠져 있었다.

차감독은 처음 입을 열자마자 "하석주 파울은 경고를 줘도 될 상황이었다.

주심 판정에 승복하기 힘들다" 며 하석주 퇴장이 결국 패인이 된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 3대1이란 스코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골이 좀 많았다고 생각한다. 1 - 0 리드후 하석주의 뜻밖의 퇴장으로 후반에 많이 실점했다. "

- 오늘 경기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안됐나. "하석주의 퇴장 전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10명으로 뛰다 보니 원하는 움직임도 없었고 선수들도 매우 힘들어 했다. 많이 뛰어야 하기 때문에 장형석.최성용을 후반에 투입했다.

1 - 1 동점이 된 이후에는 무승부로 가다가 서정원을 투입, 승부를 건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역시 서정원도 제대로 움직여주지 못했다.

지나친 긴장으로 첫 실점을 하면 어렵겠다는 생각에서 경험많은 해외선수들을 투입, 경기를 정상화한 다음 승부하겠다는 것이 오늘의 작전이었다."

초반에는 잘 맞아떨어졌으나 뜻밖의 퇴장으로 무너졌다.

- 하프타임때 무슨 지시를 했나. "측면의 이민성.유상철에게 힘을 비축했다가 수비하라고 했다. 김도훈이 원톱으로 혼자 있는 만큼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측면에서 벌어주면서 김도훈과 이상윤.고종수가 근접한 이후 공격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상윤이 너무 부진했다. 수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공격할 때 제대로 못하고 역습을 허용했다. 선수들이 부담을 느꼈는지 2선에서 앞으로 나가주지 못했다."

- 이상윤을 교체할 생각은 없었나. "생각했었다. 그러나 서정원을 투톱으로 투입하면 수비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수비는 고종수보다 이상윤이 낫다고 생각해 이상윤을 그대로 두고 고종수와 교체했다."

- 최용수는 왜 출전시키지 않았나. "원톱은 볼 키핑력이 있어야 한다.

키핑력은 최용수보다 김도훈이 낫다. 그래서 김도훈을 스타팅으로 내보냈고 최용수는 후반 조커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10명으로 싸우다 보니 우선 수비를 보강할 수밖에 없었고 서정원을 넣다 보니 최용수를 넣을 기회가 없었다."

- 앞으로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을텐데. "어려운 입지가 됐다.

그러나 경기는 해봐야 안다. 오늘은 우리가 준비한 것을 제대로 못했다.

네덜란드전에서는 수비수를 많이 두는 역습전략을 써 비기는 방향으로 가겠다. 그리고 마지막 경기인 벨기에전에서 승부를 걸겠다.

황선홍이 벨기에전에 뛸 수 있을지 지금 얘기하기 힘들지만 그때는 부상선수들이 거의 회복되고 전력이 지금보다 상승할 것으로 본다."

리옹 =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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