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16세 추정 소녀 ‘네다’ 피살 동영상에 네티즌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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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출신 미국 이민자들이 21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네다’의 사진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네다’는 테헤란에서 시위 중 총에 맞아 숨졌다. [로스앤젤레스 AFP=연합뉴스]

시위대 가운데서 한 가냘픈 소녀가 쓰러졌다. 청바지와 검은 셔츠 차림에 흰 운동화를 신은 것으로 보아 스무 살도 채 안 된 어린 소녀로 보였다. 쓰러진 소녀의 코와 입에서 붉은 피가 얼굴과 목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주변에 있던 두세 명의 남성이 가슴을 누르며 응급처치를 시도했지만 어린 소녀는 눈을 크게 부릅뜬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는 이미 한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20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시내에서 시위를 벌이다 가슴에 총탄을 맞은 어린 소녀는 이렇게 일찍 생을 마감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 시내에서 20일(현지시간) 벌어진 반정부 시위 도중 소녀 ‘네다’가 가슴에 총을 맞아 길에 쓰러지고 있다. 네다는 곧 숨졌다. 그의 사망 장면이 담긴 동영상은 21일 유튜브 등을 통해 전 세계로 퍼졌다. [테헤란 AFP=연합뉴스]

아직까지 소녀의 정확한 나이와 이름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소녀가 숨지는 장면이 동영상 공유 사이트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자, 이를 본 사람들이 트위터를 통해 이란인들에게 물어 그에게 ‘네다(Neda)’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미국의 CNN 방송은 트위터에 올라온 정보를 토대로 네다가 16세며, 아버지와 함께 테헤란에서 열린 평화 시위에 참가했다가 친정부 민병대인 바시즈가 쏜 총탄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는 21일 “네다가 (부정선거에 항의해 싸운) 순교자이며 인터넷에선 성인의 이미지로 간주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네다의 충격적인 동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면서 세계 네티즌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시위 가담자가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네다의 동영상은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등장한 이후 트위터 등을 통해 수많은 네티즌이 부지런히 퍼나르면서 순식간에 세계로 확산됐다. 미국 CNN 방송도 21일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을 방송했다. 22일 현재 유튜브에만 여러 네티즌이 올린 수백 개가 등록돼 있으며 많은 클립들이 수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트위터 등을 통해 “네다, 세계가 울며 네 마지막을 지켜봤어” “너의 죽음은 헛되지 않아. 우리는 너를 기억할 거야” 등의 글을 올리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네티즌들은 또 눈을 뜬 채 피범벅이 된 네다의 얼굴 사진을 페이스북 등에 올리며 이란 정부의 무차별적인 진압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이란 시위사태가 네다의 사망 동영상으로 큰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강경 진압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란 당국이 국내외의 여론 악화로 명분과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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