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방미]미국 의회지도자와 간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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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대통령은 11일 새벽 (현지시간 10일 오전) 미국 의회지도자들을 상대로 '국익외교' 를 펼쳤다.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이 끝난 직후였다.

金대통령은 상원 외교위 회의실에서 제시 헬름스 외교위원장, 윌리엄 로스 재무위원장 등 상원의원 16명 및 벤저민 길먼 국제관계위원장 등 하원의원 3명과 1시간20분 동안 간담회를 가졌다.

金대통령은 리처드 루가 상원농업위원장 등으로부터 대북 (對北) 경제제재 완화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金대통령은 "미국이 한꺼번에 모든 것을 풀라는 것이 아니라 일부를 풀면서 북한에 한가지 요구를 하고, 그것을 이행하면 또다시 조금 풀어주는 식의 점진적으로 해 나가라는 것" 이라고 설명. 金대통령은 "지금은 통일을 추구할 단계가 아니고, 남북교류와 협력의 단계" 라며 "지금의 북한은 과거 동독보다 못하고, 한국은 서독보다 약한데 통일이 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고 반문했다.

이에 길먼 위원장은 "金대통령의 대북제재 완화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된다.

미국 언론을 통해 미 국민들을 설득해 달라" 고 호응. 헬름스 위원장도 "대북관계.경제문제에 대해 의회차원에서 많이 돕겠다" 고 약속했다.

金대통령은 한국경제를 돕기 위해 미국의회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IMF로 하여금 어려운 나라들을 돕도록 해줘야 한다" 고 강조했다.

또 "IMF는 돈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 논리를 전파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에 기여한다" 고 주장했다.

金대통령은 "미국의회가 개별 기업에 투자를 하라 마라 할 수는 없을 것이나 미국기업들의 대한 (對韓) 투자가 확대되도록 여건을 만들어 달라" 고 당부했다.

金대통령은 대북경수로 사업비 분담에 대한 미 의회의 부정적인 분위기를 겨냥, "이 사업은 북한이 핵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므로 미국에도 도움이 된다" 며 "한국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70%를 부담할 방침이므로 관심을 가져달라" 고 요청. 金대통령은 미 의원들 희망에 따라 상하원 합동회의 영문연설문집 표지에 서명이 곁들인 간단한 헌사 (獻辭) 를 적어 증정했다.

헬름스 위원장은 이것을 외교위에 영구 보관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 =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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