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학생들과 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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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 백석대 총장(右)이 교내 잔디밭에서 신입생들과 자장면을 먹으며 ‘멘토링 수업’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백석대학교 제공]

15일 오전 천안 백석대학교 교내 잔디밭에 이 대학 하원 총장과 학생 10여 명이 둘러앉았다. 학생들은 대학생활을 처음 경험한 1학년들이다. 1학년들은 저마다 대학에 들어와 보낸 한 학기에 대한 소회를 털어놓았고 서로의 얘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 총장은 학생들에게 점심으로 ‘자장면과 짬뽕’을 냈다. 대학 총장이 잔디 밭에 턱 하니 앉아 학생들과 자장면을 먹는 모습은 낯설었지만 학생들의 표정은 밝았다. 하 총장은 이 자리에서 “학생들을 위해 전 교수가 멘토링 수업을 할 것이다. 초·중·고 때의 담임교사처럼 상담도 해 줄 것”이라고 했다. 하 총장은 “의무적으로 하지 않겠다. 부모와 같은 심정으로 대할 것이니 많이 따라달라”고 당부했다.

◆185명의 교수가 ‘담임교사’= 백석대는 신입생들에게 담임교수를 배정, 4년간 학생을 지도하는 ‘멘토링제 수업’을 도입했다. 2007년부터 특성화된 신입생 교양과목으로 출발한 멘토링 수업은 지난해부터 실시한 ‘담임교수제’를 결합, 학점이 없는 ‘PASS제(통과)’로 전환해 담임교수가 학생을 지도하는 방식이다. ‘의무적이며 형식적인 게 아니냐’는 우려를 없애기 위해 전 교수가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4년간 담임교수로 활동하게 된다. 학생들의 근심과 걱정을 덜어주고 고민도 상담해준다. 또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인격적인 교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멘토링 수업은 12개 학부 185명의 교수가 참여한다. 담임교수 1인에게는 15명의 학생이 배정된다. 많은 인원이 아니지만 담당교수와 학생들은 사진촬영·학교탐방을 통해 장학금 제도나 국제교류처를 통한 해외연수과정도 알게 된다.

영화관람과 등산·피자파티·자장면파티 등 강의실을 떠나 자연스런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눠 사제간 정도 돈독히 한다. 학업에만 치중하는 게 아니라 인성교육까지 겸하게 한다는 게 이 수업의 취지다.

멘토링 수업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정해동(사범학부) 교수가 진행하는 강의다. 정 교수는 수업에서 클래스를 구성, 선후배간 어색함을 없애고 계절별 산행과 단합대회를 통해 관계가 가까워지도록 만든다. 18일에는 경기도 파주의 ‘교남어유지동산’이라는 장애인근로시설을 방문해 농사일 돕기와 시설보수 등의 봉사활동을 벌였다. 이를 통해 그 동안 느낄 수 없었던 사제, 선후배간 정도 돈독하게 했다. 이 때문에 멘토링 수업을 시작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학생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게 대학 측의 설명이다.

임지혜(사법학부 특수교육과 2학년·여)씨는 “멘토링 수업을 통해 교수와의 관계가 가까워지고 친구, 선배들과의 우정도 쌓이게 됐다”며 “야외수업도 기억이 나지만 교수님 댁에서 친구들과 라면을 끓여먹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하원 총장은 “요즘 학생들은 형제가 적고 초·중·고 때도 입시에만 매달려 대화가 단절되고 친구나 가족간에 정도 부족하다”며 “대학에 들어와서나마 인간적인 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맨토링 수업의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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