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위 동행 취재] 공기주머니 밟고 균형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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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디오 카메라에 담은 미셸 위(左)의 샷 장면을 노트북 컴퓨터로 함께 분석하고 있는 아버지 위병욱(右)씨와 어머니.

▶ 미셸 위가 공기주머니 위에 맨발로 서서 샷 연습하는 것을 어머니 서현경씨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 밸런스를 정확히 잡는 훈련이다. 햇볕에 그을린 다리와 대조적으로 흰 발이 인상적이다. [정제원 기자]

"엄마, 공기 주머니 위에 올라서니까 뽈(공)이 잘 안 맞아요."

20일(한국시간) 오전 프랑스 에비앙의 에비앙 골프장 드라이빙 레인지. 에비앙 마스터스 개막을 하루 앞둔 미셸 위(14.한국이름 위성미)의 샷 다듬기가 한창이다.

고무로 된 약 10㎝ 높이의 둥근 공기주머니 위에 맨발로 올라서서 샷을 하는 훈련이 독특하다. 어머니 서현경(39)씨는 "데이비드 레드베터 코치의 조언에 따라 가끔씩 이런 훈련을 해요. 밸런스를 잡는 데 꽤 도움이 되는 방법이지요"라고 소개했다.

이번에는 역시 맨발로 잔뒤 위에서 한참 공을 때린다. 1998년 US오픈 때 물속에 발을 담근 채 물가에 떨어진 공을 쳐내던 박세리의 발처럼 햇볕에 그을린 구릿빛 다리와 대조를 이루는 흰 발이다. 알려진 대로 사이즈가 275㎜나 되는 왕발이다. 이어 흰 양말만 신고 샷 연습도 했다.

하와이대 교수인 아버지 위병욱(44)씨는 그 사이 딸의 스윙 동작을 이쪽 저쪽에서 열심히 비디오 카메라에 담는다. 그리고 훈련이 끝나자마자 미셸 위를 나무 그늘 아래 테이블로 데려가 노트북 컴퓨터를 통해 샷 동작을 모니터하며 분석한다. 컴퓨터 화면의 한쪽에는 물 흐르는 듯한 스윙으로 유명한 어니 엘스의 샷 동작이, 다른 한쪽에는 미셸 위의 스윙 장면이 뜬다.

"이것 봐, 이쪽 어깨가 더 내려와야 하는데 말이야. 그리고 히프도 너무 왼쪽으로 빠져 있어. 이 부분이 엘스의 스윙과 다르잖아." 아버지의 지적에 미셸 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아빠, 그래도 백스윙의 각도가 기똥차지 않아? 이건 완전히 자로 잰 것 같아"라며 부분 부분 항변도 했다. (미셸 위가 '기똥차다'는 속어를 쓰자 아버지가 '뭐 기똥차다고'라며 머리를 쥐어박는다. 물론 장난이다.)

3시간여 동안 땡볕의 레인지에서 땀을 흘린 미셸 위는 컴퓨터를 통해 잘못된 동작을 분석하며 교정했다. 그리고 어프로치 연습을 위해 좀 떨어진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미셸 위의 인기와 주목도는 이곳 프랑스에서도 다시 확인됐다. 다른 선수들도 여럿 있었지만 주로 미셸 위의 주변에 수십여명의 외국 취재진이 몰렸다.

프랑스는 물론 영국.독일 등 유럽 전역에서 몰려온 기자들이다. 미셸 위의 일거수 일투족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아버지 위씨나 어머니 서씨를 통해 인터뷰 요청도 했다. 하지만 위씨는 "연습에 방해가 된다"며 외국 보도진의 사진 촬영만 허락했다. 인터뷰 요청은 모두 거절했다.

미셸 위는 칩샷 연습에 이어 그린에서 퍼트 훈련까지 마친 뒤 어둑해질 무렵에야 숙소로 돌아갔다. "자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골프 천재소녀'는 큰 눈을 똑바로 뜨고 이렇게 대답했다. "(프로 대회에서) 유럽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요. 그동안 훈련을 열심히 했으니까 자신 있어요."

에비앙=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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