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젖어 ‘생쥐꼴’ 타이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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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자 우산을 쓴 채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타이거 우즈. [파밍데일 AP=연합뉴스]

제109회 US오픈이 비 때문에 파행 운영을 거듭하고 있다. 공식 일정대로라면 최종 라운드만 남았어야 하지만 폭우로 일정이 순연되면서 36홀 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2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 골프장 블랙코스(파70·7214야드)에서 계속된 대회 2라운드.

선두는 대회 36홀 최저타 신기록을 세운 ‘무명’ 리키 반스(미국)다. 그는 2라운드까지 합계 8언더파를 기록, 루카스 글로버(미국·7언더파)를 1타 차로 따돌리고 단독 선두에 나섰다. 132타는 2003년 비제이 싱(피지) 등이 세운 대회 36홀 최저타를 1타 갈아치운 기록이다.

최저타 기록이 나온 것은 난공불락의 블랙코스가 비 때문에 무장해제됐기 때문. 코스 전장이 212야드나 줄고 딱딱했던 그린이 물렁물렁해지면서 45명의 선수가 언더파 스코어를 쏟아냈다. 그러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3오버파)는 선두에 11타나 뒤진 채 공동 34위로 처졌다. 최경주(나이키골프)는 4오버파로 공동 42위다. 대회 마지막 날에도 비가 예보돼 있어 1983년 이후 처음으로 월요일에 대회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비에 젖은 타이거=지난해 챔피언 우즈는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올해 2승을 모두 역전승을 거뒀다고는 하지만 11타 차를 뒤집기는 힘들어 보인다. 3라운드 1번 홀을 마친 우즈에게는 35개 홀이 남아 있다. 하루에 35개 홀을 모두 마쳐야 하는 체력적인 부담을 안고 있다. 2라운드까지 11타를 뒤지다가 역전에 성공한 경우는 75년 루 그레이엄이 유일하다.

미국 뉴욕주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 골프장 관계자들이 세찬 비가 내리는 가운데 3번 홀 그린에 고인 물을 고무걸레로 밀어내고 있다. US오픈은 악천후로 인해 파행을 빚고 있다. [파밍데일 AP=연합뉴스]


◆돌아온 듀발=“아내와 가족들에게 내가 얼마나 골프를 잘 치는지 보여주고 싶다.” 1, 2라운드에서 ‘67-70타’로 선전하며 합계 3언더파 공동 4위에 랭크된 데이비드 듀발(미국). 현재 세계 랭킹 882위인 그의 꿈은 소박하다. 특히 아이들에게 ‘멋진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듀발은 99년 세계 1위까지 올랐지만 이후 부상에 시달리며 끝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2003년부터 120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10위 이내에 한 번도 들지 못했다.

◆예선 탈락한 엘스=어니 엘스(남아공)는 예선 탈락했다. 올 시즌 두 차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컷 탈락이다. 지난 4월 마스터스에서 컷 통과에 실패했던 엘스는 US오픈에서도 ‘78-77타’를 치는 바람에 합계 15오버파로 탈락했다.

지난해 3월 혼다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엘스는 25개 대회째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배상문(키움증권)과 위창수(테일러메이드)도 각각 6오버파와 7오버파에 그쳐 3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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