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합리화 지름길은 민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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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최선의 경영 합리화 수단은 민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한때 '부실기업의 대명사' 로 통했다가 과감한 민영화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한 결과 지금은 잘 나가고 있는 영국 브리티쉬 스틸의 휴이트 자금부장의 충고다.

이 회사뿐 아니라 프랑스 위지노, 이태리 일바등 80~90년대에 민영화된 몇몇 국영 철강회사들은 경영 혁신 사례들은 경제위기 극복의 한 수단으로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한국에 좋은 교훈을 던져 주고 있다.

브리티쉬 스틸은 구조조정→민영화→구조조정의 길을 걸은 케이스다. 이 회사의 개혁 조치가 시작된 것은 지난 79년. 당시 대처정부는 브리티쉬 스틸이 인력과잉.설비 노후화 등으로 18억파운드의 기록적인 적자를 내자 민영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그 상태로는 팔릴 수 없다고 판단, 설비.인원감축과 사업축소 등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88년까지 노후 제철소 20개를 폐쇄하고 4개 제철소만 남겼으며 종업원수는 12만명에서 5만명까지 줄였다. 노조의 강한 반발도 있었지만 회사는 템포를 늦추지 않았다.

그 결과 회사는 85년 흑자로 돌아섰고, 정부는 88년9월 보유중인 브리티쉬 스틸 주식 20억주를 증시를 통해 매각, 회사를 완전 민영화했다.

구조조정은 민영화 이후 더욱 가속화됐다.

팀제 도입을 통한 결제단계 간소화.능력급제 확대.아웃소싱 등의 결과 95년에는 창사 이래 최대치인 7억8천만파운드의 흑자를 내는 등 흑자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톰슨 경영정책부장은 "정부 간섭이 없어지자 의사결정이 신속해지고 수익성 위주의 경영이 가능해졌다" 고 설명했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프랑스 위지노사도 14만명에 달하던 종업원을 6만8천명으로 줄였고 설비도 대량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한 데 이어 95년 민영화를 한 노력이 성과를 거둬 현재 흑자를 내고 있다.

마르틴느 위 부사장은 "10여년에 걸친 구조조정이 성과를 거둔데다 민영화이후 경영 자율성이 확대되고 연구개발투자 확대와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이루고 있다" 고 밝혔다.

이태리 일바사 역시 93년부터 민영화를 모색, 특수강부문은 94년7월 독일 그룹사에, 강판부문은 96년3월 리바그룹에 인수시키는 등의 민영화와 구조조정을 통해 흑자로 전환했다.

이들 3대 철강기업은 포철등 한국 공기업의 민영화에 대해 "정부지원과 간섭에서 벗어나 진정한 경쟁력을 키울 계기 (휴이트 브리티쉬스틸 부장)" 라고 평가했다.

런던 =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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