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심야영업제한 폐지…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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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유흥업소의 영업시간 제한을 8월부터 해제한다는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의 발표는 IMF관리체제이후 범국민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소비절약의 흐름과 맞지 않는 처사다.

이 시기에 영업시간 제한 폐지를 들고나온 주된 이유가 외국 자본의 투자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니 더욱 우려할 수 밖에 없다.

유흥업소의 대부분이 사실상 음성매매춘 사업을 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때, 유흥업소에 대한 외국자본의 진출은 성상품화 산업의 확대로 귀결될 것이다.

기형적인 접대문화로 성장한 국내 유흥업소는 오히려 그 산업자체를 축소해야 하는데 오히려 이들의 영업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24시간 영업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발상 자체부터 바꿔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양심가게' 가 선진국처럼 많지 않다.

영업시간 규제가 없어도 청소년에 대한 유흥업소 출입과 술판매를 시민사회가 자율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선진국과 우리나라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소위 유흥주점.증기탕과 같은 풍속영업을 24시간 전면 개방한다면 청소년의 출입과 고용을 어떻게 규제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청소년 보호사업에 대한 행정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청소년 유해시설에 대한 시민 감시활동도 아직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유흥업소의 심야영업이 가능해지면 가뜩이나 IMF이후 실직의 위협과 가정경제 생활의 어려움으로 가족기능이 약화되고 있는 현실을 더욱 어렵게 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선진국에서는 가족중심의 문화생활이 상당히 정착돼 있지만 우리 사회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심야영업 확대가 가족생활에 미칠 영향 역시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남인순 한국여성단체연맹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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