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서비스산업에 한국미래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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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25년간 한국이 이뤄낸 놀라운 경제성장은 '동아시아의 기적' 이라고 불려왔다. 한국의 1인당 실질 국민소득은 70년 2천5백달러 수준에서 95년 1만2천6백달러로 5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97년 후반기에 몰아닥친 금융위기는 이러한 경제성장의 기적에 종지부를 찍었으며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해서도 많은 의문을 던지고 있다.

한국이 앞으로 과거와 같은 높은 성장률과 고용수준을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철저한 경제개혁 뿐이다. 특히 금융과 제조업 부문의 개혁은 미래의 금융위기 재발을 막고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제거하는데 필수적이다.

하지만 금융과 제조업 부문만을 개혁하는 것으로는 1인당 국내총생산 (GDP) 성장잠재력을 향상 (연간 4%선) 시키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선진국의 경험을 보면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생산성 향상과 고용증가에 있어 서비스 부문이 미치는 영향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가 향후 성장을 계속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제조업 부문의 잉여근로자를 서비스 부문에서 고용창출을 통해 흡수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앞으로 어떤 영역에서 다른 나라보다 경쟁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지, 어떻게 신규사업을 개발할 수 있는가를 파악해야 한다.

이러한 새로운 서비스 부문의 사업기회는 비교적 부가가치가 낮은 소매유통업.식당사업에서부터 고부가가치의 컴퓨터 소프트웨어.금융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서비스 부문의 사업기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그동안 소홀했던 서비스 부문의 규제를 제거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만일 한국이 소매유통업 부문과 건축 등 서비스 부문의 시장규제를 철폐함으로써 IMF 개혁 프로그램을 넘어서는 보다 전면적이고 철저한 경제개혁을 단행한다면 현재의 경제위기를 질적 성장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서비스 부문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전반적인 규제철폐 조치는 외국기업들의 대 (對) 한국 투자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다.

토지관련 제반 법규가 완화되면 해외의 소매업자들은 한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찾을 것이며 외국의 금융서비스 업체들도 다양한 금융상품을 판매할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이처럼 외국인 직접투자가 늘어나면 한국이 필요한 외환을 확보하는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선진 경영기법을 한국으로 이전하는데 최상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반면 한국이 눈앞의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제조업 부문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다고 해도 서비스 부문이 개혁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또한 제조업 부문의 생산성 향상으로 말미암아 일자리를 잃게 되는 근로자들을 서비스 부문에서 재고용할 수 없어 고용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서비스 부문에 대한 전면적이고 철저한 개혁과 규제철폐야말로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가 나아갈 길이라고 본다.

로버트 펠튼 〈매킨지 서울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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