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전국 프리즘

청년실업 주름살…대학생 농활 시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심훈의 '상록수'에 등장하는 박동혁. 채영신으로 대표되던 대학생 봉사활동에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1960~70년대는 동아리 중심의 소규모 농촌계몽 활동이 다수였다면 80~90년대는 총학생회와 농민회가 연대해 농민 의식화를 진행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는 도시 봉사활동, 환경 봉사활동, 중소기업 활동, 해외봉사활동, 여성 봉사활동, 정보기술(IT) 봉사활동 등 현장체험과 봉사가 중시되는 다양한 형태로 진화되고 있다.

전북지역에는 매년 지역 대학생들과 서울 동부지구 총학생회연합, 서울지역 전문대연합 대학생들이 농촌 봉사활동(농활)을 해 오고 있다. 그러나 2002년 4045명을 정점으로 급속하게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 올해는 불과 2367명밖에 참가하지 않았다.

각 대학이 학생들의 농활을 장려하고자 2~4학점짜리 사회봉사 교과목을 두고 봉사활동에 필요한 예산까지도 지원하고 있으나 대체로 수도권 학생들의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전북대. 원광대 등이 연합해 수행한 전북지역 대학생들의 무주군 봉사활동 참가자는 전년에 비해 18% 정도 증가, 눈길을 끌고 있다.

전반적으로 수도권 대학생들의 농활 참여가 줄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장기적인 경제 침체와 청년 실업률의 증가로 불안한 대학생들이 신입생 때부터 취업 준비에 열중하다 보니 농활 참여를 적게 하는 것이다. 둘째, 대학 동아리 활동이 취업이나 전공 관련을 제외하고는 위축되고 있고, 특히 농활은 총학생회가 중심이 되다 보니 학생회 참여자로 한정되는 경향이 있다. 셋째, 여름방학 중 농활 이외에 다양한 봉사활동과 국토순례 등이 전개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농활 참여자가 줄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원광대 총학생회 카페에는 전남 해남군의 대파 생산농가들이 일손을 요청하는 글이 올라와 있다. 또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의 홈페이지에는 부산지역 봉사를 원하는 학생들이 마을 알선을 요청하는 글을 올려놓고 있다. 이렇게 수요와 공급은 있되 이를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작업이 안 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될 만하다.

대학생 농활이 매년 장마철에,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것도 문제다. 현지 마을에 대한 철저한 사전답사 없이 출발하고 깃발이나 행사 등 낭비적인 일에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도 개선할 사항이다. 이런 점은 해당 지방자치단체들과 농민회가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준비를 해 줄 경우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농활은 밭농사 중심의 마을일 경우 적어도 8월 초에 진행되는 게 좋다고 한다. 또한 마을마다 요구되는 봉사활동의 내용도 다양할 것이다. 따라서 대학생들이 전공과 부합하는 봉사활동을 개발하고 이를 탄력적으로 운용, 농촌 혁신의 작은 엔진이 되었으면 한다.

김진병 원광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