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웨이·그린 온통 해저드 … 폭우에 잠긴 US오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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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6개 홀 경기를 하는 데 걸린 시간이 무려 2시간30분. 이대로 가면 대회를 정상적으로 끝낼 수 있을까. 제109회 US오픈 골프대회가 첫날부터 ‘폭우의 덫’에 걸려 깊은 러프에 빠졌다.

1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 골프장 블랙코스(파70·7214야드)에서 개막한 대회 1라운드. 대회장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페어웨이와 그린에 물이 들어 차면서 156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단 한 명도 1라운드를 마치지 못했다. 78명은 아예 출발조차 하지 못했다.

난공불락의 요새로 평가받는 블랙 코스는 비를 머금자 더욱 난폭한 얼굴로 돌변했다. 대회 2연패에 도전하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시속 16㎞의 강풍을 동반한 폭우에 나가떨어졌다. 우즈는 “겨우 6개 홀에 이렇게까지 긴 시간이 걸린 적이 없다”고 푸념했다. 그는 경기를 마친 6번 홀까지 벙커와 러프를 전전한 끝에 버디 1개, 더블보기 1개로 1오버파를 기록했다. 11개 홀을 마친 제프 브레허트, 3개 홀을 친 라이언 스피어스(이상 미국·1언더파) 등 4명의 공동 선두 그룹과는 2타 차다.

이날 폭우는 대회장의 코스 세팅도 바꿔 놓았다. US오픈 사상 가장 긴 파4 홀로 악명을 떨칠 것으로 예상됐던 7번 홀은 당초 525야드에서 489야드로 36야드나 당겨지면서 전체 코스 길이도 7426야드에서 7214야드로 212야드나 줄었다.

남은 경기에선 체력이 승부의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1라운드 잔여 경기와 2라운드가 치러지는 대회 이튿날에도 비가 올 확률이 40%인 데다 3라운드 때도 강수 확률이 70%를 넘기 때문. 하루에 36홀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2, 3라운드에서도 궂은 날씨가 계속될 경우 대회가 다음 주까지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경주(나이키골프)는 8번 홀(파3)까지 1오버파를 기록 중이고, 배상문(키움증권)은 7개 홀을 치르는 동안 6타(더블보기 2개, 보기 2개)를 잃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최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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