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업 최악 위기 다가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내년부터 '섬유 쿼터(할당)제'가 폐지되면 중국이 세계 최대의 섬유 강국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0일 보도했다. 중국.인도 등지의 저가제품에 밀려 가뜩이나 고전해온 국내 섬유업계엔 생사의 갈림길이 성큼 다가온 셈이다.

섬유쿼터는 섬유 수입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고 수출국 별로 물량을 할당하는 제도로 미국.유럽연합(EU).캐나다.터키 등이 이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무역자유화 움직임에 따라 1995년 이후 단계적으로 축소돼 온 섬유 쿼터제는 연말로 완전 폐지된다. 컨설팅 업체인 커트 새먼 어소시에이츠는 "중국의 세계 섬유시장 점유율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급속히 늘어나 25%에 이른다"면서 "쿼터제가 폐지되면 그 비율이 절반 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EU 등의 나라별 쿼터가 사라지면 제품과 가격경쟁력이 있는 제품이 잘 팔릴 수밖에 없다.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중국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장조사 회사인 파이버 어레인지먼트도 "미국 의류시장의 중국산 비중은 16%인데 수년 안에 절반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4%에 불과한 인도산의 미국시장 점유율도 15%로 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나라 섬유업계는 쿼터제 폐지로 큰 타격이 예상된다. 어차피 가격으론 어렵고 고부가 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이 시급하지만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섬유 수출액(153억달러) 가운데 19%가 쿼터제를 등에 업은 물량이다. 쿼터제가 폐지되면 이 물량(29억달러)을 중국 등지에 빼앗길 공산이 크다. 연합회 관계자는 "얼마 전 방한한 WTO 관계자들은 쿼터제 폐지로 한국의 섬유수출 물량은 내년에 10억~13억달러, 2006년에 19억~20억달러 줄 것 같다고 추정했다"고 전했다. 쿼터제 폐지로 국제 섬유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국내 섬유업계엔 우울한 소식이다.

연합회의 김부흥 차장은 "쿼터제가 폐지되면 중국 등지의 값싼 제품이 더 쏟아져 나오면서 국제 섬유가격이 5~20% 떨어질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섬유 수출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