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 9·11테러 연계 조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미국은 이란이 9.11 테러에 연계됐는지에 대해 조사하고있다"고 19일 말했다. 9.11 조사위원회가 "이란이 알카에다와 협력했다"고 지적하는 최종보고서를 발표(22일)하기 사흘 앞서 나온 발언이다. 진의와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부시의 강경 발언=존 맥롤린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대리는 지난 18일 9.11 위원회의 보고서와 관련, "알카에다 요원들이 이란을 드나든 사실은 있지만, 이란 정부가 이런 활동을 공식 승인했다거나 9.11과 직접 관련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은 이날 "본인은 오랫동안 이란에 우려를 표명해 왔다. 이란은 인민들의 인간된 권리를 불허하는 전체주의 사회"라며 "이란인들이 (9.11에)관련됐는지를 계속 조사할 것"이라 말했다. 이는 그가 지난 4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한 이래 가장 강도높은 비난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뒤숭숭한 이란=이란 외교부의 하미드 레자 아세피 대변인은 "알카에다 테러범들이 이란을 통과했을 순 있지만 이란 정부와는 관련없는 불법 행동"이라며 "미국은 이란에 혐의를 씌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라메잔자데 이란 정부 대변인도 "이란과 알카에다의 관련 증거가 있다면 유엔에 공식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재선되면 이란을 공격해 정권전복을 기도할 것이라고 아랍신문 알하야트가 18일 보도한 데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할 준비에 들어갔다는 설까지 나와 이란을 긴장시키고있다.

◇부시의 발언 배경=위원회 보고서가 발표된 뒤 '대통령이 이란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왔다'는 비판이 쏟아질 것을 막기 위해 '선수'친 측면이 있다. 호재를 더 찾기 힘든 이라크 대신 이란을 '위협'으로 부각해 '전쟁 대통령'의 재선 필요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란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날 발언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의 대이란 정책은 11월 대선 이후(당선될 경우)에나 윤곽을 잡아가리란 전망이 많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