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광객들 "준상이 집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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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일본인 관광객들이 준상(배용준)이 살던 방을 둘러보며 흐뭇해 하고 있다.

20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소양로 2가 90-7 차금선(63)씨 집. 입구에 '준상이네 집 방문을 환영한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집안에 들어서자 곳곳에서 일본인 관광객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적게는 두명에서 많게는 일곱명 정도로 팀을 이룬 관광객들은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주인공 준상(배용준)이 고교 시절을 보낸 집을 실제로 방문했다는 기쁨에 젖어 있었다.

'겨울연가'를 네 번이나 보았다는 가미모토 스즈코(28)는 준상이 미국에 전화를 걸었던 낡은 소파에 앉아 전화기를 들고 한국어로 "여보세요"라고 말하며 까르르 웃었다. 그녀는 "귀국하면 친구와 가족에게 자랑하겠다"며 거실과 공부방 모습을 빠짐없이 캠코더에 담았다.

일본에서 '욘사마(배용준님)'로 통하는 배용준이 출연한 '겨울연가'의 촬영장 '준상이네 집'이 춘천의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춘천시가 여행사들의 끈질긴 요청에 따라 준상이네 집 별채를 임대해 관광객들에게 개방한 것은 지난달 23일. 처음에는 집 전체를 구입하거나 전세를 얻을 계획이었지만 60여년간 이 집에서 살아온 주인의 반대에 부닥쳐 촬영 장소였던 별채만 임대했다. 거실과 침실 공부방(40㎡)으로 구성된 별채를 미닫이 창문, 커튼은 물론 피아노.소파.탁자.옥(玉)컵.전화기까지 드라마와 똑같이 꾸몄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되는 이 집엔 그동안 6400여명의 일본인 관광객이 다녀갔다. 매일 몰리는 200~300여명의 관광객들이 타고 온 승합차와 승용차들이 골목을 메우고 있다. 준상이 방에 들어가기 위해 마당에서 줄을 서 기다리기도 한다. 일본인 관광객들은 준상이가 쓰던 공부방 의자나 식탁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고 피아노로 겨울연가 주제곡을 연주하기도 한다.

일본인 관광객 야마구치 미요코(45)는 "나는 '후유소나'(겨울연가의 일본 제목)를 다섯 번이나 보았다"며 "감격이다. 꿈만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실제로 와 보니 드라마에서 느꼈던 것보다 좁다는 느낌이지만 소파나 컵에서도 욘사마의 숨결을 느낄 수 있어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했다. 집주인 차씨는 "하루종일 몰려와 환호하는 관광객들로 생활은 불편하지만 내 집이 그들을 즐겁게 한다니 자그마한 애국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이 예상보다 많이 몰리자 춘천시는 일본어 관광안내 통역원 이외에 자원봉사 한명을 더 배치했다. 겨울연가를 홍보하는 전단 5만장도 새로 준비했다.

춘천=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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