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한나라당 계파별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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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여권의 정계개편 움직임을 바라보는 한나라당 각 계파의 모습엔 두가지 상반된 시각이 담겨있다. 첫번째는 정국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한다는 절박감이다.

큰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향후의 정국운영에서 소외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경로로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여권과의 막후접촉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정계개편과 관련해 여권의 제휴대상으로 지목되는 부산.경남 (PK) 민주계와 대구.경북 (TK) 민정계가 활발하다. 한나라당내의 이같은 움직임은 여권을 고무시키고 있다.

개편과 관련한 다양한 설들을 불러일으키는 작용도 하고 있다. 두번째는 경계심이다.

전자와는 전혀 상반된 기류다. 한나라당 각 계파는 정계개편에 대한 적극적 관심 못지않게 자칫 여권의 교란전술에 말려드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여권의 당면목표가 개편도 개편이지만 영남권을 TK와 PK로 갈라놓는데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들은 또 여권이 각개격파식으로 한나라당을 흡수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럴 경우 여권과 대등한 협상을 통해 지분을 챙긴다는 식의 구상은 물거품이 된다. 그래서 민정계나 민주계 인사들은 "우선 지방선거를 끝내놓고 보자" 는 말로 정계개편에 대한 자신들의 의중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고 있다.

더구나 이들의 근거는 영남이다. 아무런 사후보장도 없이 속셈만 드러냈다가는 상처를 입게 된다.

물론 정계개편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그룹들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이회창 (李會昌) 명예총재측이다.

李명예총재의 당면 목표는 한나라당 당권이다. '차기' 에 재도전할 의사를 갖고 있는 李명예총재측으로선 한나라당이 건재해야 한다.

동시에 DJ정권에 대한 야당으로서의 비판적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권과 연대할 경우 활동공간 마련이 쉽지 않은 측, 예컨대 이기택 (李基澤).김덕룡 (金德龍) 부총재계 등도 역시 부정적이다.

당권 유지가 과제인 조순 (趙淳) 총재도 역시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정계개편의 중요한 변수중 하나가 한나라당 당권이다.

지방선거후 한나라당의 주도권을 정계개편을 긍정적으로 보는 측이 잡을 경우 변화의 폭이 커진다.

반면 부정적인 측이 실권을 갖게 되면 여야의 대치는 계속 첨예하게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다만 이때는 당 운영에서 소외되는 비주류가 신당 창당의 길을 택하고, 그에따라 정국이 국민회의.자민련.한나라당.신당의 4자 구도로 재편될 수도 있다.

이와 별도로 계파의식이 엷은 수도권 출신 의원들은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독자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한나라당은 그것이 어떤 방향이든 지방선거후 개편의 흐름 속에서 격변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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