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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잣대로 해외뉴스 분석 곤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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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6월 9일자 16면 ‘유럽의회 의원 선거 중도우파가 웃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4~7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의 결과와 분석을 담았다. 이 기사는 유럽의 유권자가 “좌파를 버렸다”는 데 핵심적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세계 경제위기로 일부에서는 자유주의의 몰락을 언급하지만 사실 유럽인은 여전히 과거의 구호에 매달리는 좌파보다는 우파에 표를 던졌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하지만 좌우라는 도식적 시각과 우파의 일방적 승리에 몰두하다 보니 뉴스 분석이 담아야 하는 균형과 깊이에는 취약점을 드러냈다. 유럽의회 선거는 일반 국가의 대선이나 총선같이 좌우나 여야 대립에서 집권 세력을 선택하는 과정이 아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불만 표시의 수단으로 사용되었고, 그 결과 이번에도 평상시 군소세력이던 무소속, 극우파나 녹색정당이 선전한 것이다. 반면 승리했다는 유럽 우파 EPP의 의석 비율은 36.8%에서 36.3%로 간신히 유지되는 수준이다. 승리를 단정하고 의미 부여에 치중하기보다는 세밀한 역사적 비교 분석이 필요했던 부분이다.

또한 맥셰인 영국 노동당 하원의원의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인터뷰를 중점적으로 인용했는데 사실 유럽연합(EU)에서 영국은 유로화도 거부할 정도로 통합에 소극적인 국가고, 노동당은 원래 대륙 좌파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따라서 너무 한 시각에 의존한다는 느낌을 주었고 독일· 프랑스·이탈리아 등의 다양한 목소리가 아쉬웠다.

덧붙여 ‘국가주의 회귀’나 ‘EU 차원의 사회민주주의 실패’ 등은 배경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유럽에는 좌우의 대립 못지않게 통합을 놓고 회원국과 EU를 대립해서 보는 틀이 있다. 이 관점에서는 영국·헝가리·네덜란드 등에서 나타난 극우나 보수의 반통합적 경향이 걱정스럽다는 현지 해석이다. 9일자 르몽드의 사설 제목은 ‘무관심?’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투표율을 선거 결과의 핵심으로 보았고, 우려했다.

이 기사뿐 아니라 보다 전반적으로 해외 뉴스를 분석하고 다룰 때는 한국의 잣대를 사용하기보다는 현지의 감각으로 냉철하고 때로는 따분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차분한 글을 통해 독자의 이성에 다가서는 신문을 만드는 것이 다른 매체와 차별화해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조홍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