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M&A]금융·서비스 부문 현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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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최근 전세계적으로 대형 M&A를 주도하는 곳은 바로 금융.통신 분야다. 올해 일어난 시티코프 - 트래블러스 합병과 SBC커뮤니케이션스의 아메리테크 인수가 역대 M&A 1, 2위를 기록한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이밖에 시그램의 폴리그램 인수로 인해 미디어업계에도 지난 95~96년에 이어 새로운 합병 붐이 촉발되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 금융 = 지난 4월6일 시티코프 - 트래블러스의 사상 최대 합병이 발표되자마자 한 주 (週) 후 뱅크아메리카와 내이션스뱅크, 뱅크원과 퍼스트 시카고 간의 M&A가 각각 성사됐다. 현재 금융.증권.보험의 겸업을 제한하는 글래스 - 스티걸법과 같은 각종 규제 아래에서 시티코프 - 트래블러스가 합병을 선언함에 따라 체이스 맨해튼.JP모건.메릴린치.골드먼 삭스 등 유력 은행과 증권사 간의 대형 M&A가 뒤를 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일 이 법이 완전 폐기된다면 미 금융기관들은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M&A 전성시대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말 스위스 유니언은행 (UBS) 과 스위스은행 (SBC) 의 합병으로 인해 유럽 1위 은행의 자리를 내준 도이체방크나 스위스의 크레디 쉬스 등의 대응도 주목된다.

게다가 내년 유로화의 출범이란 변수 앞에서 유럽 금융기관들의 짝짓기 유혹은 다른 어느 때보다 뜨겁기만 하다.

◇ 통신 = 지난해 미 월드컴과 MCI의 합병 선언에 따라 통신업계에서는 일찍부터 지각변동이 예상돼왔다. 지난 96년 미 통신법 개정으로 규제가 완화돼 지역.장거리.무선전화 회사간의 구분이 점차 희석되는 가운데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전세계적 통신망 구축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1일에는 미 2위의 지역전화회사인 SBC커뮤니케이션스가 5위 회사인 아메리테크를 6백2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 사상 두번째 규모의 M&A가 성사됐다. 이에 따라 미 통신시장은 일단 1위 업체인 AT&T와 월드컴 - MCI, SBC간의 '빅3' 체제로 정립될 전망이다.

하지만 독립 지역전화회사로 남아 있는 US웨스트.벨애틀랜틱.벨사우스.GTE간의 새로운 연합구도 가능성도 있다.

◇ 미디어 = 미디어업계의 경우 최근 독일 베르텔스만이 미국 1위의 출판사인 랜덤하우스를 12억달러에 인수했다. 또 유니버설 영화사를 갖고 있는 캐나다의 시그램이 지난달 21일 세계 1위 음반업체인 폴리그램을 1백6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시그램이 이미 갖고 있는 유니버설영화사에 폴리그램의 음악.영화 분야를 합칠 경우 타임워너.소니 등 다른 경쟁업체들을 크게 위협하게 된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음반 분야가 없는 월트 디즈니가 다른 음반회사를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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