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해외여행]백승헌씨 우프 체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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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지난해 직장을 그만둔 백승헌 (35.경기 고양 일산) 씨는 최근 뉴질랜드를 다녀왔다. 실직이후 무력감에 쌓였던 그가 우프 (WWOOF)에 대한 신문기사와 한 여행사가 마련한 우프설명회에 참석한 것이 계기가 됐다.

특히 적은 비용으로 해외여행과 영어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을 끌었다. "백수가 왠 해외여행이냐" 는 주변사람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그가 영어책과 사전을 챙겨 떠나기로 결심한 것은 무너지는 자존심을 회복하고 뭔가 할일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였다.

백씨가 오클랜드에 도착, 우프협회에 가입 (가입비 20뉴질랜드달러, 약1만5천원) 하고 농가 소개책자를 받아 전화로 선택한 곳은 오클랜드 근교의 포도농장. 3헥타 규모의 포도농장으로 포도와 원예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백씨의 농장생활은 일본인 우퍼 요시와 독일인 칼을 사귀는 것으로 시작됐다.

하루 4~5시간의 노동을 제공하고 농장에서 숙식을 제공받는다.

7시에 기상, 주인인 마이크 가족과 아침식사를 한뒤 작업장으로 이동한다. 8시부터 오후1시까지 포도따기 작업. 현지농부들과 어울려 포도를 따며 짧은 영어지만 대화를 해본다.

현지 농부들은 하루 8시간쯤 일하고 일당을 받지만 우퍼는 대개 오전만 일한다. 오후는 자유시간. 마이크의 아들인 게리와 농장을 돌아보기도 하고 닭, 오리등 가축에게 먹이를 주거나 팔려는 원예작물에 가격표를 붙이고 잡초도 뽑으며 오후시간을 보낸다.

현지농부와 대화에서 표현하지 못했던 말을 사전을 들추며 공부하는 것도 이 시간이다. 저녁시간 농장가족들이 모여 고기를 굽거나 맥주나 차를 마시며 포도주와 가축얘기등을 나눈다.

이렇게 하루 일과가 끝나면 그야말로 통나무처럼 쓰러져 단잠에 빠진다. 용기와 자신감을 갖고 서울에 돌아온 백씨는 "대도시를 떠나 현지인의 생활속에 뛰어드는 것이 돈 덜드는 어학연수이자 현지문화와 삶을 이해하는 지름길" 이라고 강조한다.

오클랜드 (뉴질랜드)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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