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탓 vs 정부 탓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북한의 전쟁 협박 앞에서 적전분열을 선동하는 일부 야당에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냐.”(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잘 관리해 왔던 분단 정책에 평지풍파를 일으켰던 점을 반성하라.”(민주당 노영민 대변인)

6·15 남북 공동선언 9주년을 맞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15일 내놓은 논평은 이처럼 극과 극을 오갔다.

한나라당은 가뜩이나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대북 퍼주기’가 북핵 위기를 불러왔다며 곱지 않은 시선인데 최근 DJ의 ‘독재자’ 발언 파문까지 겹치자 이날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박희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6·15 선언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대전제 위에서 합의했던 것인데 이를 깬 사람이 누구냐”며 “남측이 그것을 이행 안 했다고 일방적으로 북한 대변인 식의 발언을 하는 사람이 정치권에 있는 것은 참 서글픈 일”이라고 비판했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6·15 선언은 국민적 합의없이 김 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욕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핵무장 야욕 등이 빚어낸 합작품”이라고 깎아내렸다. 윤상현 대변인은 핵실험을 비롯해 이산가족 상봉 중단, 김정일 위원장 답방 불이행 등 북한의 6·15 선언 파기 사례를 조목조목 들며 민주당에 “무조건 ‘6·15 선언을 이행하라’며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는 의도가 뭐냐”고 따졌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이날 “현 시점에선 6·15와 10·4 선언의 문제점과 법적 효력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남북관계가 악화된 것은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대북관이 주요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남북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것은 이 정권의 무책임, 무소신, 무대책의 3무 대북정책 때문”이라며 “6·15 공동선언을 실천하면 남북대화가 다시 열리고 상황은 급반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16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을 빼고 5자회담을 제안하겠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번 회담에선 필요하면 핵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을 할 수 있도록 특사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영민 대변인은 “ 이명박 대통령의 오늘 라디오 연설에 6·15가 없었다”며 “이러니 이 대통령이 과연 남북 긴장 완화는 물론 평화 공존의 의지는 있는지, 진정성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김정하·백일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