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변화 ‘백문이 불여일견’ 처방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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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미국에 초청해서 마음껏 둘러보게 하자.”

워싱턴 포스트(WP) 기자를 지낸 러시아 전문가 피터 칼슨이 색다른 제안을 했다. 김 위원장의 방미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북한 핵 문제 등의 상황 반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WP는 14일 ‘I ♥NY(나는 뉴욕을 사랑합니다)’라는 배지를 단 김 위원장의 전신 사진과 함께 칼슨의 기고를 게재했다. 칼슨은 1959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미국에 초청했던 사실을 환기시킨 뒤 “당시 흐루쇼프도 김정일만큼 괴짜이자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었으며, 핵개발을 통해 서방세계를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흐루쇼프는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둘러보고, 할리우드에서 메릴린 먼로 등과 식사도 했다. 2주간의 미국 구경이 그해 말 소련군 120만 명 감축과 소련 내 첫 골프장 건설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미국 대중문화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을 미국 프로농구(NBA) 경기장의 좋은 좌석으로 안내하자고 제안했다. 또 99년 김 위원장이 피자 요리용 주방 설치를 위해 이탈리아 주방장 두 명을 초청했던 사실을 밝히면서 뉴욕의 유명 피자 레스토랑인 ‘리틀 이탈리아’에서 피자를 즐기게 하자고 했다. 김 위원장이 북한 지역 곳곳에 3만 개가 넘는 김일성 동상을 세운 것을 고려해 그를 미국 역대 대통령 4명의 얼굴이 새겨진 러시모어 산으로 데려가는 것도 좋다고 주장했다. 칼슨은 또 1만 개 이상의 영화 테이프를 소장한 영화광인 김 위원장을 할리우드로 데려가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 원로 배우나 앤절리나 졸리 등 젊은 여배우와 점심을 하도록 주선하는 방안도 소개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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