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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외국인들에게 국산품 불매운동 하겠다고 ?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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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이른바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이 꿈꾸는 세상이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다. 이 단체 회원들은 삼성을 제2 불매운동 타깃으로 삼아 중국 인터넷에 ‘삼성전자 휴대전화는 노키아보다 튼튼하지도 않고 값도 비싸다’는 허위 내용을 올리겠다고 한다. 중국 소비자에게 ‘삼성 노트북은 열이 많이 난다’는 헛소문까지 퍼뜨려 괴롭히겠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지난주에는 특정 신문의 광고 영업사원으로 뛰더니 이번에는 아예 노키아의 세일즈맨이 되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제 무덤을 파는 한 얼치기 좌파 단체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합법적인 광고 불매 운동과 애꿎은 기업에 대한 저주는 전혀 다른 문제다. 언소주가 인정하듯 삼성은 90% 이상의 매출을 해외에서 올리는 기업이다. 언소주의 빗나간 해외 불매운동은 이런 간판 기업을 흔들고 온 국민을 쪽박 차게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감히 우리 공동체를 팔아넘기려는 매국노나 할 짓이다. 세상 어디에도 이런 자기파괴적 탈선까지 용납할 사회는 없다. 여기에다 이 단체는 자신들이 퍼뜨린 헛소문이 외국 유명 신문에 나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모양이다. 툭하면 투쟁한답시고 해외에 몰려나가 결국 망신만 당하고 돌아온 좌파 단체들의 실패의 추억이 떠오른다. 지극히 사대주의적이고 유치한 발상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수출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경제위기를 이겨내려면 다른 방도가 없다. 언소주엔 이런 우리 공동체의 노력은 안 보이고 이념만 어른거리는 모양이다. 이들에게 아무리 광고의 시장원리를 설득해도 먹혀들 리 없다. 국내 기업을 손보겠다며 외국 기업의 앞잡이를 자청한 단체에 대해 애당초 정상적 사고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언소주 대표는 어제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언제 검찰의 압수수색이 들어올지 모른다”고 했다. 우리는 우리 공동체의 최소한의 건강성을 지키기 위해서도 검찰 수사는 당연한 절차라고 본다. 국산품 장려는커녕 해외에서 국산품 불매운동을 하는 것은 처음 들어본다. 좌든 우든 이념을 가리지 않고 우리 사회의 기초인 자유경제를 뒤흔드는 행위에는 엄격한 법적 잣대를 갖다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