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 사임의 세계경제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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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수하르토의 하야는 인도네시아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는 아시아 금융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21일 일본 도쿄 (東京) 증시의 닛케이 지수가 전날보다 192.3포인트 오른 15, 845.25에 마감되는 등 홍콩.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각국의 증시가 대부분 급등세를 나타냈다.

또한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의 가치도 전날 달러당 1만1천2백루피아에서 1만5백선으로 올랐고 일본 엔화도 달러화에 대해 오름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장기적으로 아시아와 세계경제에 어떤 파장을 불러 일으킬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문제는 신임 하비비 대통령이 정국안정과 경제개혁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국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느냐는 점이다.

대우경제연구소 이택규 (李澤揆.40) 연구위원은 "하비비의 과제는 소요사태를 촉발시킨 물가를 어떻게 안정시키느냐와 국제채권단과 협상중인 민간채무 문제 해결" 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일본 등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물가안정과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조금 삭감.긴축 등을 요구하고 있는 IMF와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의 소요사태로 IMF와 세계은행 등은 인도네시아에 약속한 추가 지원을 동결했으며 국제채권단도 26일로 예정된 외채상환 연장 협상을 연기한 상태다.

만일 개혁이 좌초거나 권력갈등이 재연될 경우 혼란이 더욱 가중돼 자칫 인도네시아가 모라토리엄 (대외지불유예) 이나 무정부 상태로 빠져드는 최악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경우 인도네시아에 5백억달러 이상이 물려있는 일본과 미.유럽의 금융기관 채권이 완전 부실화된다.

그 결과 선진국들이 한국.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 추가 대출을 중단하고 자금 회수에 나선다면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 금융시장은 또 다른 충격이 불가피하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경제혼란이 엔화의 약세로 이어진다면 아시아 각국의 동반 환율 폭등에 따른 외환위기 재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게다가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고무와 팜유.원유 등 2백80억달러 어치의 각종 원자재를 수출한 자원대국이어 사태가 다시 악화될 경우는 원자재 가격 상승도 예상된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 박번순 (朴繁洵.40) 연구원은 "수하르토가 물러나면서 그동안 우려하던 정권유지 차원의 모라토리엄 선언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며 "앞으로 국제사회가 인도네시아에 보다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커 이번 하야는 인도네시아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이라고 내다봤다.

김원배 기자 〈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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