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엠 식스 이어즈 올드” … 엄마 놀래키는 영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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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열린 엔젤유치원주최 ‘영어 페스티벌’에서 유치원 교사가 외국원생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엔젤유치원 제공]

지난 봄 고운반에 다니고 있는 7살 세민이가 서울 나들이를 갔을 때의 일이다.

가족들과 서울 나들이에 나선 세민이는 길을 지나가는 외국인을 우연히 만났다. 유치원에서 영어공부를 한 세민이는 겁도 없이 외국인을 향해 “Hello!”하고 먼저 인사를 했다. 외국인도 귀여운 아이의 모습을 보고 인사를 하며 “What’s your name?”하고 되묻자 세민이는 그 정도는 수업 시간에 늘 듣던 말인지라 스스럼없이 “I’m Moon Se Min! 6 years old!”하고 말하고 “I’m a leader. I can do it! You can do it!“ 자기가 아는 온갖 영어를 종알종알 말했다.

비록 단 두 세 마디였지만 세민이 엄마의 놀라움과 대견함은 배로 컸다. 세민이는 다음날 외국인에게서 선물 받은 초콜릿얘기로 같은 반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

세민의의 이야기는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영어를 접하던 경험을 십분 발휘한 사례이다. 어린이집을 수년간 운영하며 느낀 점은 아이들은 작은 관심과 노력만 보이면 금세 습득하고 배움에 거부감이 적다. 이런 노력은 비단 유치원(사설 교육기관)에서 뿐 아니라 가정 속에서도 이뤄져야 한다.

어머니들이 짧고 쉬운 문장으로 자녀를 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처음에는 한 두 문장으로 시작해 빈도 수를 늘리고 문장의 길이를 늘려 가면 아이의 실력아 차츰 향상되어감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엄마 물 주세요”라는 말을 한다면 “Cold water? Hot water?”부터 시작해 나중에는 “Do you want some cold water with ice?”이런 식으로 문장을 발전시켜 나가면 된다.

요즘 ‘엄마표 영어교육’이 한창 뜨고 있다. 우리 아이 영어교육을 위해 가정에서의 노력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이들의 발길 닿는 곳이 모두 영어교육의 현장이다. 특별한 교육기자재 없이 모국어를 말하는 부모라는 환경, 가족이라는 환경에서 자연스레 터득하듯이 영어교육도 그렇게 이뤄져야 효과적이다. 가정이나 학교, 주변 환경에서 차트나 단어, 글을 자주 접해 영어환경에 자주 노출시키는 노력을 부모들이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부모도 영어를 말 할 줄 알고 배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영어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자. 여유가 된다면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영어권의 외국여행을 경험하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새롭게 접하는 외국의 모습에 호기심을 갖고 영어공부의 동기부여를 받게 된다. 유아기부터 영어학원에 보내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 비용을 외국여행 한번 가는데 투자하라고 권하고 싶다. 또 영어동화책을 수십 번 반복해 읽고 놀면서 영어에 대한 관심을 확장시키도록 유도해보자.

어릴수록 처음 접하는 영어가 쉽고 재밌어야 한다. 아이들은 실물을 보면 더 잘 인식하고 각인하게 된다.

영어교육의 첫 단계는 단어 하나를 제시할 때마다 실물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면 좋다. 영어교육의 방법은 시중의 영어 학원 수만큼이나 많고 다양하다. 아이에게 맞는 교육방법을 관심을 가지고 찾아내야한다. 학습이라는 굴레를 인식하지 않도록 즐겁게 놀면서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자.

학원에 보내는 것이 최선책은 아니다. 가정에서 쉬운 방법으로 동화책을 사서 함께 읽는 것도 권장한다. 요즘은 오디오북으로 함께 나와 있어 듣기공부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무조건 사전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보면서 단어의 뜻을 함께 유추해보며 동화책을 읽어내려가면 아이의 관심과 상상력이 향상될 것이다.

약력시인·숭의여자대학졸업·나사렛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마지막으로 영어공부의 시기도 중요하다. 영어를 접하기 전에 우리말과 글을 잘 이해하고 해독할수록 외국어를 공부할 때 개념전환이 바로 된다. 성급한 마음에 자녀에게 영어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말고 재밌게 한글을 익히듯 차근차근 해결해간다면 일상생활에서 툭툭 쉬운 영어가 튀어나오는 것쯤은 어느새 자연스러운 일이 돼있을 것이다.

조춘자 엔젤유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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