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유권자 '손벌리기'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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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운동원이 "이 단체들이 은근히 얼굴을 내밀기 바라는 눈치" 라며 '분위기' 를 전달하자 후보도 뿌리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선거사무실엔 "우리가 어디에 있는데 와달라" "행사에 후보가 자리를 빛내달라" 등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아예 사무실로 찾아와 "우린 지역에 영향력이 크다.잘 보이지 않으면 당선은 꿈도 꾸지 마라" 고 협박조로 나오는 유권자까지 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에게 손을 벌리는 유권자의 구태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야유회.계모임.동창회 등의 행사가 있다고 가볍게 알려주는 수준에서 돈 액수까지 제시하며 비용을 대라는 노골적 요구까지 다양하다.

한나라당 부산 구청장 후보로 공천됐다가 최근 선거판에 대한 염증과 개인적 이유 때문에 자진 사퇴한 K씨는 "일부 유권자들은 전화를 걸어와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한다" 고 털어놓았다. K씨는 또 "금품선거를 자행해온 정치인들의 잘못도 크지만 이같은 유권자들도 문제" 라며 "유권자들의 금품요구 풍토가 사라지지 않는 한 정치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고 지적했다.

부산 광역의회에 출마한 H후보도 "옛날에 비해 줄었지만 아직도 손 내미는 구태가 계속되고 있다" 며 "유권자의 표를 얻어야 하는 후보들로선 거절할 수도 없는 실정" 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충북청주시금천동 한 친목단체장도 청주시의회 모의원에게 산행경비 찬조를 요구했다가 선관위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부산〓정용백 기자

〈chungy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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