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 하야 해외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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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제사회는 21일 수하르토의 사임에 대해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여전히 불안한 눈길로 인도네시아 정국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하비비 체제' 를 과도기로 진단, 군의 동향을 조심스럽게 지켜보며 향후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21일 "수하르토의 사임으로 인도네시아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 환영하고 정치.경제개혁에 필요한 지원을 약속했다. 뉴욕타임스지는 21일 미 행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 "하비비 체제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며 인도네시아의 운명은 군부의 손에 달려있다" 고 보도했다.

하비비는 수하르토의 측근인데다 심각한 경제위기를 관리할 능력도 부족하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사태는 결국 군부내 경쟁세력인 위란토 국방장관과 프라보위 전략사령관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미국은 관측하고 있다.

5백여억달러에 이르는 투자와 차관 등을 갖고 있는 일본은 수하르토의 사임이 경제안정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하시모토 류타로 (橋本龍太郎) 총리는 수하르토의 사임 직후 "인도네시아에 새 행정부가 들어섬에 따라 사회안정과 경제회복이 조속히 실현될 것을 진심으로 희망한다" 며 지원을 다짐했다. 그러나 외무성의 한 당국자는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경제위기가 회복될 기미가 없어 수하르토 사임으로 국민적 불만을 완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 이라며 하비비의 지도력에 대한 의문과 사태의 악화를 우려했다.

중국은 사임발표 직후 관영 신화 (新華) 통신을 통해 아주 짤막하게 소식을 전했으나 '피플파워' 에 관해서는 극도로 자제했다. 수하르토 사임의 근본 원인을 금융위기라고 강조했지만 직접 도화선이 된 시민.학생들의 시위는 보름 앞둔 6.4 천안문 (天安門) 사태 9주년을 의식, 아주 짤막하게 전했다.

뉴욕.도쿄.베이징 = 김동균.이철호.유상철 특파원

〈dk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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