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CEO과정서 접근 골프여행 유인…사기도박으로 여권 뺏고 63억 뜯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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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학 최고경영자 과정이나 골프장 등에서 재력이 있는 사업가와 친분을 쌓은 뒤 해외에서 도박을 하도록 유인해 수십억원을 가로챈 사기 도박단이 적발됐다. 서울본부세관은 해외에서 사기 도박으로 63억원을 가로챈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로 최모(57)씨 등 7명을 검거했다고 14일 밝혔다.

세관에 따르면 최씨 등은 2007년 6월 중소기업 사장인 A씨를 중국 샤먼(厦門)의 사설 도박장으로 안내해 9억5000만원을 뜯어내는 등 2006년 8월부터 2년 동안 13명에게서 63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 등은 총책, 유인책, 자금세탁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국내 대학의 최고경영자 과정이나 골프동호회 등을 통해 중소기업 사장, 은행 지점장, 개입 사업가 등에게 접근했다. 이들은 또 골프를 친 후 클럽하우스 로비나 식당 등에서 미모의 30대 여성들과 우연히 합석하는 것처럼 꾸미고 이를 계기로 남녀동반 골프여행을 떠났다. 4명이 골프여행을 가면 이 중 3명이 같은 패거리였다.

중국 현지에서도 사기도박단과 한패인 관광가이드가 호텔에 마련한 사설 도박장으로 안내해 여권을 담보로 2억~10억원을 빌려주고 포커나 바카라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돈을 모두 잃으면 여권을 돌려주지 않고 국내 계좌로 돈을 송금받는 ‘환치기’ 수법을 동원했다. 최씨 등은 피해자들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모르게 하기 위해 자신들도 돈을 잃고 국내에서 송금을 하는 것처럼 꾸몄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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