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 받고 이자 챙기고 … 저축성 보험이 다시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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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은행에서 파는 보험 상품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은행의 보험 판매(방카슈랑스) 창구에선 주식 등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노리는 변액보험 상품이 많이 팔렸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주가가 급락하고 경기가 침체되면서 안전성이 높은 저축성 보험이 주력 상품으로 떠올랐다.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이 올 들어 판매한 동양생명의 ‘하이클래스저축보험’은 사망하면 보험금이 지급되는 종신보험과 만기 때 보험금을 받는 저축성 보험의 장점을 결합한 상품이다. 예컨대 1억원짜리 상품에 가입해 보험기간 중에 사망하면 1억원을 보장받고, 만기 때 살아있어도 1억원을 받는다. 이 상품은 금리연동형 상품으로 금리 상승기에는 시장금리에 따라 금리를 주고, 금리가 떨어져도 연 4%의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한다. 이는 연 3% 초반인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1년)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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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제휴상품부 박홍기 팀장은 “저축성 보험은 중도 해지를 하지 않는 한 최저 보증이율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판매하는 알리안츠생명의 ‘알리안츠 파워덱스저축보험’은 주가지수에 연계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변액보험과 달리 주가지수가 하락해도 원금을 보장하는 특징이 있다. SC제일은행이 4월부터 시판한 동부화재의 ‘프로미인덱스저축보험’도 주가 상승에 따른 고수익을 추구하면서 원금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변액보험이 인기였을 때는 은행권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원금보장을 하는 장점 때문에 올 들어 이런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들이 늘었다.

우리은행이 판매하는 우리아비바생명의 ‘무배당우리희망저축보험Ⅱ’는 지난달 기준으로 연 5%의 이율(복리)을 적용한다. 가입 후 최초 10년간은 연 3%의 이율을, 10년 이후엔 연 2%를 보장한다. 보험료를 모두 납입한 뒤에는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런 저축성 보험 상품은 10년 이상 유지를 하면 이자소득세가 비과세된다.

은행들이 잘 팔지 않았던 소액 보장형 보험도 시판됐다. 은행들은 그동안 보험료가 저렴한 상품은 수익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방카슈랑스 창구에서 잘 취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시작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국민은행과 SC제일은행은 지난 3월부터 라이나생명의 ‘치아플러스건강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월 2만~3만원대의 보험료로 임플란트나 틀니 등 보철 치료를 할 때 50만~1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또 암(최고 5000만원)이나 뇌출혈·심근경색증(최고 3000만원) 등 세 가지 질병도 함께 보장한다.

SC제일은행은 여성건강보험(한화손보)과 암보험(AIA생명)도 판매하고 있다. SC제일은행 서영학 방카슈랑스팀장은 “경기가 나빠지고 소득이 줄면서 고객들이 보험료를 많이 부담하길 꺼린다”며 “보험료가 저렴하면서 많은 보장을 받을 수 있는 보험 상품을 계속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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