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시한 ‘트랜스포머2’ 보지말자" 서명운동 일파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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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영화팬들이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에 대해 관람 거부 운동을 전개하고 나섰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청원 게시판에는 ‘트랜스포머2를 극장에서 보지 맙시다’는 제목의 온라인 서명이 진행행되고 있다. 13일 오후 12시 현재 170여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서명 운동을 시작한 한 네티즌은 “올해 가장 기다리던 블록버스터 영화 ‘트랜스포머2’가 곧 개봉한다. 가장 기다렸던 영화이니만큼 기대가 컸지만 이번 파라마운트사의 한국을 무시하는 처사에 갑자기 정이 확 떨어졌다”며 청원글을 올렸다.

그는 이어 “알다시피 ‘트랜스포머1’은 미국 다음으로 흥행에 성공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월드투어 때 일본은 일정을 잡아 여유있게 진행했지만 우리나라는 계획 자체가 없었다고 한다. 이건 명백하게 파라마운트사가 대한민국을 무시한 처사”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다른 네티즌들의 불만도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네티즌들은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안보기 운동을 펼치며 관련 게시판에서 “한국에 와서 위대한 사무라이 정신? 차라리 유태인 앞에 가서 위대한 나치 정신이라고 말하라” “우리나라가 2007년 ‘트랜스포머’ 개봉에서 엄청난 흥행 쾌거를 이뤘는데도 제작사가 일정에서 제외시켰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우리는 일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전편을 봤다. 그런데 한국을 어부지리로 끼워줬다는 건 어이없다. 비참하다”며 불만을 토해냈다.

또 “영문 공식사이트 하단에 왜 일장기는 있고 태극기는 없나. ‘트랜스포머’의 해외흥행 1위 국가가 대한민국인데 왜 태극기가 빠졌는지 정말 화가 난다” “해외흥행 1위 국가를 일정에 넣지 않는 파라마운트나 그래도 살려보겠다고 해명하는 국내 배급ㆍ홍보사나 사무라이 정신을 운운하는 마이클 베이 감독이나 모두 형편없다” “영화를 보지 말아야 한다.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을 보는 것은 우리가 패자임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등 의견도 있었다.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은 9~10일 이틀간 진행된 내한 프로모션 행사에서 무성의한 졸속 진행으로 국내 영화팬들의 빈축을 샀다. 특히 9일엔 일본에서의 프로모션 일정을 마치고 서둘러 입국하며 행사 진행에 차질을 빚었다.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팀의 레드카펫 행사가 열리기로 한 서울 용산 CGV에서 국내 취재진과 영화팬은 장대비를 맞으며 바깥에서 덜덜 떨어야 했다. 행사는 예정시간보다 80분이나 늦게 시작됐고 무대에 오른 감독과 주연배우들은 5분 만에 짧은 인사를 마치고 프리미어 시사회장으로 이동했다. 10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장에도 20분이나 늦게 도착했고 공식적인 사과 한 마디 없었다. 기자들은 이틀 연속으로 취재 보이콧을 선언했다. 한국에서 치러진 외화 내한프로모션 행사 중 가장 최악이었다는 혹평이 빗발쳤다.

하지만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팀이 치른 월드 프리미어 행사는 그야말로 화려했다. 9일 도쿄 롯폰기 힐즈에서 진행된 행사에는 DAIGO, 카고 아이, 호시노 아키 등 유명 스타들과 영화 속 로봇 캐릭터 중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범블비가 등장해 팬들의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마이클 베이 감독과 남녀 주인공 샤이아 라보프, 메간 폭스만 내한한 것과는 달리 일본에는 출연진 레이몬 로드리게즈, 조쉬 더하멜, 타이리스 깁스, 줄리 화이트도 함께 왔으며 체류 시간이 24시간도 안 되는 한국 일정과는 다르게 1박 2일을 꽉 채워 진행됐다.

또 일본의 완구 제조업체 타카라토미 창업자가 특별 게스트로 등장해 마이클 베이 감독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있었다. 트랜스포머 캐릭터를 피겨로 제작하고 있는 타카라토미 사는 일본에서 제작한 트랜스포머 피겨를 마이클 베이에게 선물하며 일본 팬들을 감동시켰다.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의 이같은 한일간 차별적인 프로모션 행사 진행은 국내 영화팬들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한국은 2007년 개봉했던 ‘트랜스포머’의 해외 흥행 1위 국가였다. 당시 한국에서의 흥행 수입은 5019만달러, 일본에서의 수입은 3029만달러로 2배에 가까운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의 영화시장이 ‘트랜스포머’의 전세계적인 흥행에 매우 큰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2년만에 돌아온 속편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의 제작사와 홍보사 측은 이번 아시아 지역 홍보행사 일정에서 한국을 무시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10일 기자회견에서 “당초 영화제작사 파라마운트 측이 계획한 월드 프로모션 행사에서 한국은 제외됐었다”고 했다.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 공식 홈페이지(http://www.transformersmovie.com/)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메인 화면 아래에 마련된 해외 개봉일자와 각국의 국기가 나열됐지만 태극기가 빠지는 대신 일장기는 펄럭이고 있다. 일본을 압도하며 해외 흥행성적 1위를 기록한 한국을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측이 제외한 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이 영화엔 일본의 사무라이 희생정신을 담겨 있다며 영화의 왜색 논란을 부추겼다. 베이 감독은 ‘트랜스포머2’에 담긴 메시지에 대해“남을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하는 영웅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일본 사무라이의 정신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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