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사태] 군부, 수하르토 하야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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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자카르타 = 진세근 특파원]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수하르토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시위가 18일 재개된 가운데 정국 향방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군부가 대통령 하야요구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나섬으로써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군부는 동시에 정부와 대학생.시민대표들이 함께 개혁을 추진할 위원회를 설립하자고 제안, 수하르토의 퇴진없이 개혁을 추진하자는 타협안을 내놓았다.

국방장관 겸 통합사령관 위란토 장군은 이날 저녁 군 최고지휘관 회의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같이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 있었던 하르모코 국회의장 겸 집권 골카르당 당수의 대통령 하야 요구는 "법적 근거가 없는 개인 의견으로 본다" 고 강조했다.

한편 정보사령관 무토지브 중장은 이날 수하르토와 면담한 뒤 수하르토가 19일 자신에 대한 하야요구에 "답변할 것" 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하르모코 의장은 의회 앞에 모인 시위대에게 의회지도자들이 수하르토 대통령의 하야를 원하고 있다면서 19일 5개 정당 지도자들이 대통령을 만나 하야요구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시위엔 대학생.퇴역장성.대학교수.전직 각료.이슬람교 지도자 등 3천여명이 참여했다.

의사당 앞에는 탱크.장갑차 등을 동원한 군이 지키고 있었으나 시위대와의 충돌은 없었다.

대학생들은 또 당초 '국민 각성의 날' 90년 기념일인 20일로 예정된 '정권 타도를 위한 시민.학생 궐기대회' 를 하루 앞당겨 19일 개최할 예정이다.

2천8백만명의 이슬람교도 조직 무하마디야의 지도자 아미엔 라이스도 19일 시위에 시민 1백만명이 참여할 것이라 밝히고 "수하르토는 수주내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위란토 장군은 19일 시위계획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

한편 당초 18일 오전 발표예정이던 개각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발표되지 않았다.

개각은 수하르토 대통령의 친족과 측근 각료 7명을 경질하는 내용으로 확정돼 있으며 수하르토의 최종 결정만 남겨두고 있다고 인도네시아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sk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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