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화교자본 수백억달러 해외이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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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화교들의 자본이 해외로 이탈하고 있다. 최근 유혈사태에서 시위대의 방화와 약탈, 그리고 살인의 표적이 되면서 자신들의 신변안전을 더 이상 보장받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파장은 곧바로 인도네시아 경제를 휘청거리게 하고 있다. 전인구의 4%인 6백여만명에 불과한 화교들의 경제력은 자그마치 인도네시아 경제 전체의 70%에 이를 정도로 막강한 실정. 현지언론에 따르면 현지화교들의 대부분이 올해 신규투자를 취소했으며 대만.홍콩 등 해외화교들의 투자상담도 완전히 중단된 상태여서 지난해 7월 루피아화 폭락 이후 계속된 경제난이 회복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특히 지난 2월부터 계속된 화교상점에 대한 방화 및 약탈 이후 지금까지 30여만명의 화교가 현지를 떠났으며 이로 인한 자본유출이 수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또 최근 유혈사태 이후 매일 수백명의 화교들이 비행기와 선박편으로 인도네시아를 떠나고 있다고 현지관리들이 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출생해 현지에서 30여년 동안 사업을 하고 있는 홍콩계 의류업자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업을 계속할 수 없다" 고 말했고 대만의 식품업체인 VE 웡의 고위간부는 "이미 인도네시아 남부 수마트라의 향신료공장에 4백90만달러를 투자해 놓은 상태이지만 국수공장 등의 추가투자는 포기했다" 고 밝혔다.

대만 국영설탕회사도 자카르타의 백화점 방화로 5백여명이 목숨을 잃는 등 사태가 악화되자 공장건설 계획을 포기했다. 대만은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에 1백30억달러를 투자하고 40억달러를 차관 등으로 제공한 상태인데 사태가 악화될 경우 투자액 회수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다 25억6천만달러 (97년 기준)에 이르는 양국간 교역량도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인도네시아에 모두 1백9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홍콩기업들도 이번 사태 이후 현지투자를 전면중단했거나 공장의 현지철수를 고려중이다. 홍콩 중국기업협회의 소식통은 "인도네시아에 주재하는 대부분의 홍콩기업들은 더 이상 현지에 투자하기를 꺼리며 조만간 투지대상을 홍콩으로 옮길 계획을 갖고 있다" 고 말했다.

최형규 기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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