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으로]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쓴 세권의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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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수도꼭지가 열려 있어 방에 물이 들어차는데, 잠글 생각은 않고 방바닥에 걸레질만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하고 있는 교육개혁이다. " 열린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는 이대부속 초등학교 이귀윤 교장의 따끔한 한마디다.

근본적 해법 없이 일시적 처방에만 급급해 각종 비리와 불합리가 고질이 되어버린 한국의 교육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이해찬 교육부 장관이 이미 고액 과외와 교사 촌지를 근절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사흘이 멀다하고 신문 사회면에는 교육 관련 비리가 보도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스승의 날은 여지없이 돌아왔다.5월은 촌지 없는 달로 만들자는 교육부 장관의 웃지 못할 당부와 함께. 일선 교사들이 자성의 소리를 높이고 교육의 대안을 제시하고자 잇따라 책을 펴냈다.

교육학자의 교육 이론서는 많았지만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육성을 담는 경우는 드물어 더욱 뜻깊다. 이귀윤 교장은 '열린 아이들 닫힌 학교' (대교출판刊)에서 교육자로서 기본적 소양을 갖추지 못한 교사, 제 자식만 챙기는 '고슴도치족' 부모를 나무란다.

교사에게는 아이 한명 한명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표시로 모든 아이들한테 매일 꼭 한번씩 눈을 맞춰 주는 '눈도장' 교육법이라던가 마음 속에서 우러나는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훌륭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명배우론' 을 펼치고 있다. 또 최선의 가정교육은 최악의 학교교육을 극복한다는 평소 지론대로 인성교육에 있어 부모의 역할도 강조한다.

용두 초등학교 교사 이치석씨의 '어린 종달새의 죽음' (삼인) 은 20년의 교직생활동안 경험해온 우리 교육현실의 어두운 단면을 파헤친 책. 학생과 교사에게 군림하는 교장, 아이들에게는 무관심하고 교재 채택료나 챙기는 교사, 자식을 반장.회장 시키려고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학부형 등 교육현장 비리를 적나라 하게 싣고 있다. 이씨는 자신의 어린 시절 장난으로 던진 돌에 종달새 한 마리가 죽은 사건에 빗대 현재 교단에 서는 일이 또 다른 종달새를 죽이는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경북 포항시 두호 초등학교 교사 권의순씨가 쓴 '학교는 있어도 스승이 없다' (일송미디어) 는 경쟁만 강조하는 교육행정.방법을 비판하고 있다. 학교보다는 과외.학원이 중시되는 것도 무조건 남보다 잘하면 된다는 이기적 발상에서 비롯됐다는 것. 권씨는 기초교육을 맡은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보니 체계적.자율적 학습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더라고 설명한다.

이는 자신의 아이들을 키우며 다시 확인한 것이라고. 학교와 교사를 향한 사회적 비난이 쏟아져도 스승의 자리는 하늘만큼 높고 커야 한다. 교사 스스로 흐린 물을 맑게 하면 누구보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홍수현 기자 〈shin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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