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 오보’ TV아사히, 정정방송 또 정정 망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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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 TV아사히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운 사진 오보에 이어 사진 입수경로도 석연찮게 해명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10일 낮 뉴스에서 김정운 사진을 단독 입수했다고 보도했던 TV아사히는 이 사진이 가짜로 밝혀지자 11일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그러면서 사진 입수경로와 관련, “한국 당국의 관계자로부터 이 사진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TV아사히 홍보 담당자도 이날 중앙일보의 취재에 “(사진을 제공한 당국자가) 어느 부처 소속인지, 사진 입수 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한국 당국 관계자로부터 받은 건 분명하다”고 확인했다.

그러자 이날 오후 주일 한국대사관이 이명섭 공보담당공사 명의로 TV아사히에 공식 항의했다. 이 공사는 “한국 당국은 일반적으로 한국 정부를 지칭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한국 정부의 어떤 관계자도 이 사진을 제공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정부가 잘못된 사진을 제공한 것으로 시청자들이 인식함으로써 한국 정부의 신뢰도가 심대한 침해를 당한 점에 대해 강력한 유감과 함께 항의의 뜻을 표한다”며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결국 TV아사히는 오후 5시 뉴스에서 ‘한국 당국 관계자’라는 표현을 ‘한국 국내의 신뢰할 수 있는 인물’로 고쳤다. TV아사히 홍보 담당자는 “당국이란 표현이 (일본과 달리) 한국에선 정부 특정 부서를 지칭하기 때문에 표현을 바꿨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다수 일본 기자는 일본 언론 관행상 ‘북한 관련한 한국 당국’이라는 표현은 한국 정부의 통일부나 국가정보원·국방부·경찰을 비롯한 정부 산하 북한 연구기관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번 해프닝은 북한의 핵실험·미사일 발사 등을 계기로 일본 언론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북한 뉴스 보도 경쟁 때문에 불거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주 니혼TV가 마카오에서 김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을 단독 인터뷰한 게 과열 경쟁을 촉발시켰다. 이 방송 후 다른 방송사도 홍콩·마카오·베이징 등지에서 활동하는 브로커를 통해 북한 관련 정보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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