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면에 바란다]언론의 뒷모습 비추는 큰거울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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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앙일보가 '미디어란 (欄)' 을 새로 차린 것은 국제통화기금 (IMF) 구제금융시대에 접어들어 미디어에 관한 나쁜 소식만 줄지어 나오던 중 그래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우리 신문이 사회를 비춰주는 거울임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자신이 속한 미디어 세계를 드러내는 데는 인색하다는 통념을 깬다는 의미를 갖는다.

문제는 주간으로 정례화된 이 '미디어란' 을 어떤 내용으로 구성할 것인가에 있다. 첫째, '미디어란' 은 우리 신문.방송의 내적 환경을 감시하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미디어가 일반 사회의 환경감시 기능을 수행한다면 '미디어란' 은 미디어 환경을 감시하는 일을 해야 한다.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정보가 이제 현대인의 필수적인 영양소라면 '미디어란' 은 무엇보다 이 정보가 만들어지는 공정을 철저하게 감시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임무가 아닐 수 없다.

둘째, 독자들은 미디어계와 미디어학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뉴스를 알고 싶어한다. 예컨대 우리 신문.방송들은 한국언론상이나 관훈언론상을 수상한 언론인을 보도할 때 자사이기주의라는 멍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곧 자사 언론인이 수상할 때는 '머그샷' (범죄인 심인용 사진) 같은 명함판 사진이나마 게재하지만 타사 언론인이 수상했을 땐 잘 싣지 않는다. 이들 영광의 언론인을 크게 부각하는 일은 저널리즘 자체의 신인도를 높이는 일이 된다. 또한 기성언론의 '침묵의 카르텔' 을 깨부수는 강준만 교수와 같은 인물도 소개해야 한다.

셋째, '미디어란' 은 저널리즘의 전문직업주의를 선양하고 발전시키는 엔진이 돼야 한다.취재.보도.편집 등과 관련된 윤리.관행.기법에 대한 전문가들의 연구와 제언을 반영할 수 있으며 조사보도의 성공사례 같은 언론 선진국의 본보기를 폭넓게 수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디어 행태에 얽힌 비리나 비행을 비판하는 데 인색해서도 안된다. 언론의 오보와 허보 같은 잘못은 물론 언론사 이해에 개입된 비리를 비춰내는 잠망경.망원경.확대경이 돼야 할 것이다.

김정기〈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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