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검 검사들, 비행청소년들과 야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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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잡았다. 잡았어. 강아지만 하네. " 9일 오후 2시쯤 경남창원시 주남저수지 둑 뒷쪽 늪. 10대 청소년 50여명과 30~40대의 아저씨 20여명이 바지자락을 걷어 올리고 황소개구리 잡기에 여념이 없다.

낚시대에 큼지막한 개구리가 잡혀 올라올 때마다 환호성과 박수가 잇따른다. 이들은 다름아닌 창원지검 검사들과 보호관찰 대상의 비행 (非行) 청소년들. 자연속 대화를 통해 청소년들이 잘못을 깨닫도록 하기 위해 검찰측이 야유회를 겸한 황소개구리 잡기 대회를 벌인 것이다.

검사와 비행청소년들은 이날 행사에 앞서 창원지검~주남저수지간 15㎞거리를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며 함께 왔다. 검찰이 마련한 도시락으로 저수지 근처 숲속에서 함께 점심식사도 했다. 이날 잡은 개구리는 모두 50여마리로 낮에 잡은 실적 치고는 좋은 편이었다.

행사후 이들은 저수지 주변에서 낚시꾼이 버리고 간 쓰레기 10t을 수거했다. 지난 2월 아버지의 실직으로 용돈이 궁해 남의 물건을 훔쳤다가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金모 (17) 군은 "무섭게만 보였던 검사들의 따뜻한 보살핌에 놀랐다. 앞으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이일권 (李一權) 검사는 "청소년 범죄는 남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으면 저절로 없어진다" 며 "이같은 행사를 정기적으로 가질 예정" 이라고 말했다.

창원 =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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