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7호선 임시운행 시승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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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물난리를 당한 지하철7호선의 임시개통을 하루 앞둔 10일 오후2시. 임시개통에 따른 안전운행 여부를 실제 운행을 통해 시험해보기 위한 첫 시험 전동차 (7071호)가 마들역을 출발, 노원역으로 향했다.

기관실에서는 지난 2일 침수 사고 뒤 처음으로 운전석에 앉은 백광기 (白光基.31) 기관사가 긴장된 표정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白기관사 옆에는 손병갑 (孫炳甲.28) 기관사가 동승해 전방의 터널을 예의 주시했다.

수동운전 구간 (하계~용마산) 의 위험에 대비해 2명의 기관사가 기관실에 나란히 탄 것. 전동차가 하계역에 정차하자 白기관사의 긴장된 표정이 더욱 굳어지기 시작했다. 하계역~용마산역의 9개역 구간은 자동운전장치 (ATC) 의 작동없는 완전 수동운전 운행구간이기 때문이다.

기관실 바로 앞 플랫폼에 선 신호취급자가 '운전명령서' 를 건네줌과 동시에 들고 있던 붉은색 깃발을 내렸다. 지난 74년 지하철이 개통된 이래 최초의 완전 수동운전이 시작된 것이다.

기관사는 천천히 운전대를 잡아당겼고 열차는 하계역을 떠나 공릉역으로 향했다. 白기관사는 "평소 시속 80㎞의 절반 정도인 시속 45㎞로 운행하라고 했지만 곡선 구간이 많아 평균 30㎞를 넘기는 힘들 것 같다" 고 소감을 말했다.

전동차가 침수 피해가 컸던 공릉.태릉입구역으로 접어들자 지하 터널 벽에 황토색 흙자국이 곳곳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 곳곳에 통신용 전선들이 철로 옆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복구작업도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전동차가 중화역 플랫폼에 들어서자 2명의 신호취급자가 붉은 색 깃발로 정지 명령을 내렸다.

기관사는 다시 '운전명령서' 를 받고 출발을 했다.

중화역에는 상.하행 2명씩 4명의 신호취급자가 대기, 전화기로 하계역에 "전동차가 무사히 도착했다" 고, 용마산역에는 "전동차가 출발한다" 고 알렸다.

7071호 전동차는 다시 수동으로 출발, 상봉.면목 등 3개의 역을 거쳐 수동운전 구간의 끝인 용마산 역에 무사히 도착했다. 白기관사는 비로소 안도하는 빛으로 운전장치를 자동으로 바꾼뒤 역무원에게 '운전명령서' 를 제출하고 콧등에 맺힌 땀을 닦아 냈다.

마들역에서 용마산 역까지의 운행시간은 32분. 평소 운행시간 17분의 2배 가까이 소요됐다. 11일 새벽부터 수동에 의한 임시운행에 들어가도 기관사가 주의를 기울여 운행을 하는 한 안전에 커다란 문제는 없는 것같아 보였다.

그러나 운행중 기관사가 수신호를 받는 외에도 각 역에서 일일이 내려 출입문을 확인해야하는 등 어려움이 많아 실제 운행 때는 시험운행 때보다 더한 지연운행은 불가피해 보였다.

김관종.이상언.김성탁 기자 〈joon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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