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대통령 VS 친미 전 총리 … 지지자 테헤란 광장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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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디네자드 대통령 무사비 전 총리

12일(현지시간) 실시되는 이란 대선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53) 대통령과 미르 호세인 무사비(68) 전 총리 간 양강 대결 구도로 좁혀졌다. 이번 선거에는 4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반미 강경 보수파인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친서방 성향의 개혁파 후보인 무사비 전 총리는 8일 대규모 장외 유세에서 10만 명이 넘는 군중 동원 능력을 과시하며 팽팽한 세 대결을 벌였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우익 청년 군사조직 바시즈 민병대가 동원한 버스를 타고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지지자 10만여 명이 중앙 모스크(이슬람 사원)에 운집했다”고 보도했다.

무사비 전 총리 측은 19㎞에 이르는 발리예 아스르가에서 기습 대중 유세를 벌였다. 무사비 측은 당초 1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자디 경기장을 빌릴 계획이었으나 정부의 거부로 무산되자 거리 유세를 벌였다고 WP는 전했다.

직접·보통 선거로 치러지는 이란 대선은 4년마다 열린다. 12일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9일 결선 투표에서 당선자를 가린다.

◆보수·개혁 대결=로이터 통신은 6일 테헤란 시내 광장에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지지자와 반대 세력의 충돌로 차량 여러 대가 불에 타는 등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번 대선에서 처음 도입된 후보자 간 일대일 TV토론으로 선거전이 전례 없이 과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TV토론의 하이라이트였던 3일 토론에서도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무사비 전 총리는 난타전을 벌였다.

미국의 관영방송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VOA)는 8일 “워싱턴의 두 공공정책기구가 합동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아마디네자드가 34%의 지지를 얻어 무사비 후보를 20%포인트 차로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VOA는 “부동표가 27%에 이른다”며 섣부른 예상을 경계했다.

유권자 4600만 명 가운데 1300만 명의 핵심 지지층을 갖고 있는 아마디네자드는 재선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막판 변수는 레바논 총선이다. 7일 실시된 레바논 총선에선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를 누르고 친서방 성향의 ‘3·14동맹’이 전체 의석 128석 가운데 71석을 휩쓸었다. 공공연히 헤즈볼라를 지원해온 아마디네자드에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의심과 불화의 악순환을 끝내자”며 미국과 이슬람 간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어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공약으로 내건 무사비 후보가 뒤집기에 성공할 것인지 주목된다.

◆고립 대 대화=서방과의 대결주의 노선을 고수하고 있는 아마디네자드가 재집권하면 이란의 고립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관심의 초점은 이란의 핵개발 지속 여부다. 핵개발 주권을 강조하는 아마디네자드는 시간을 벌기 위해 서방과의 핵 협상을 회피하는 전략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무사비 후보도 핵개발에 대해선 아마디네자드와 같은 입장이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과 직접 대화에 나서고 서방과의 핵 협상에도 적극 응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란에 무사비 정부가 출범하면 핵 협상을 지렛대로 중동에 다자 대화 국면이 조성될 가능성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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