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펄프 2억 1천만불에 매각…해태·진로등 뒤따를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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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과다 금융권 부채를 탕감해주는 조건으로 국내기업을 해외에 내다 판 뒤 그 매각대금으로 금융기관들이 '빚잔치' 를 하는 이른바 '한라펄프제지 방식' 이 국내기업의 유망 회생대책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산업은행은 화의절차중인 한라그룹 계열 한라펄프제지를 미국 제지회사 보워터에 2억1천만달러에 매각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6일 발표했다.

한라펄프제지의 채권단은 이 회사 금융부채를 담보 유무에 따라 30~70%씩 깎아 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어 지난달 중순 보워터측과 회사매각 협상을 잠정타결한 바 있다.

이처럼 금융기관들의 대출채권과 기업의 해외매각대금을 상계처리하는 국제적 인수.합병 (M&A) 사례는 국내 처음이다.

산업은행은 이밖에 진로그룹계열 진로쿠어스맥주를 유사한 방식으로 해외매각하는 방안이 금융권에서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해태그룹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도 해태음료.해태유통 등 일부 주력 계열사를 외국에 공개매각하는 대신 매각대금을 초과하는 금융권 부채를 깎아주는 방안에 대해 8일 채권단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산업은행 정경채 증권업무부 차장은 "금융권 부채를 탕감하는 조건으로 유망 국내기업을 해외매각하는 방식은 해당회사의 영업가치를 손상하지 않고 단시일안에 회사 정상화를 기할 수 있고, 은행 입장에서도 부실채권을 조기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은행주도 기업M&A의 유망수단으로 자리잡을 것" 이라고 말했다.

홍승일 기자

〈hong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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