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열 '외환위기 책임'파문]곤혹스런 청와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청와대는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한다.김영삼 전대통령에 대한 비난도 삼가는 등 국민회의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심스럽다.

문희상 (文喜相) 정무수석은 벌써부터 여권 일각에서 나오는 林씨 교체설에 대해 "교체는 절대 없다" 고 쐐기를 박는다. 金전대통령의 검찰 답변서 내용은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에게도 보고됐으나 金대통령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측근들은 "대통령의 기분이 좋을 리 없을 것" 이라고 전한다. 한 고위 관계자는 "DJ가 YS에 대해 여러차례 '경제를 잘 몰랐다' 며 환란의 직접적인 책임추궁 대상에서 빼는 등 배려했는데 YS 답변서는 그런 선의에 반하는 것" 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들의 얘기도 같다. 이들은 또 "대통령이 장관에게 (IMF로 가라고) 지시했는데 그에 반하는 기자회견을 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통해 상상할 수 없는 일" 이라며 임창열 전부총리를 적극 두둔했다.

林전부총리가 한달도 안남은 지방선거의 국민회의 경기지사 후보라는 점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표정들이다. 청와대는 金전대통령의 답변서가 의도적이고 전략적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본다.

감사원에 제출한 답변서 내용과 다르다는 점을 중시하는 것도 이런 때문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손학규 (孫鶴圭) 한나라당 경기지사 후보는 金전대통령이 발탁한 사람" 이라며 "상도동 (YS측) 이 경기지사 선거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고 지적했다.

그는 "YS 핵심 측근인 김덕룡 (金德龍) 한나라당 부총재가 '林씨에 대해 金전대통령은 환멸을 느끼고 있다' 고 말한 의도는 林씨를 흠집내 떨어뜨리겠다는 것" 이라고 흥분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YS 답변서가 꼭 경기지사 선거를 겨냥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林씨에 대한 金전대통령의 개인적인 실망감에다 환란.개인휴대통신.종금사 수사 등에 대한 불만이 이번 답변서에 응축됐다고 보는 것이다.

이상일 기자

〈lees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