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 박사의 IMF건강학]16.어려울 때일수록 건강이 밑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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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불안.걱정.불면.두통, 거기다 느느니 술.담배다. 이렇듯 요즘 사람들, 영 안색이 안좋은데도 건강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것도 형편이 괜찮을 때 이야기지, 이 판에 무슨 건강 타령이냐? 사치스런 걱정이라고 역정을 낸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건강해야 할 게 아닌가. 여기다 몸까지 아파보라. 설상가상, 어쩌면 생을 포기하는 심정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리 바쁘고 쫓겨도 건강을 지킬 여유는 있어야 한다. 오늘 하루 살고 말 인생이 아니잖느냐. 벌어놓은 재산도 없는 우리네 형편인데, 밑천이 몸밖에 더 있느냐. 여기다 의지하고 살아야 하는데 몸에 고장이 난다면 어쩔 작정인가. 행상이 리어카를 애지중지 다루듯 우리 몸도 소중히 가꾸어야 한다. 지금까지 잘 뛰어준 것만으로도 고맙다. 앞으로도 그래주길 빌자.

목숨이 하늘에 있는데 그런다고 되나? 팔자 소관으로 체념하는 사람도 있다. 하긴 장수도, 건강도 타고나는 게 많다. 80%까지는 체질적 요인이다.그렇다고 운명에 맡기고 아무렇게나 몸을 굴려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나머지 20%는 관리를 잘 해야 한다. 평소의 생활습관이 제일 중요하다. 특별히 까다롭게 할 것까진 없다. 비싼 보약을 먹는다고 될 일도 아니다. 평소 생활을 무리없이 하면 된다. 맛있게 잘 먹고, 열심히 뛰고, 잠 깊이 잘 자면 된다.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중년의 건강은 예방이 제일이다. 1년에 한번 검진은 필수다. 별 이상이 없으면 본전 생각이 나 아깝긴 하지만 그래도 만일을 대비해야 한다.

어렵다고 건강보험을 해약하는 것도 '설마 내가…' 하는 낙천주의다. 건강에 관한 한 이건 금물이다. 나도 모르게 소리없이 찾아오는게 현대병이다. 중병에 걸리면 죽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는 날까진 건강하게 살아야 할 게 아니냐. 세상에 바보는 건강을 주고 무얼 얻겠다는 사람이다. 그리고 세상에 천치는 자기 건강에 도박을 하는 사람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몸조심해야 한다.

이시형〈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 부장.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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