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여성이 쓴 ‘성(性) 지침서’ 뜨거운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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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국가에서 여성들은 외출할 때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검은 베일(니카브)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그만큼 여성들의 공개적인 성(性)적 표현은 금기시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역시 그런 보수적인 국가에 속한다. 하지만 지난 1월 웨다드 루타(Lootahㆍ45)라는 여성 사회운동가가 과감하게 성 관련 서적을 발행한 다음 아랍에미리트에서 성에 대한 금기는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일급 비밀: 부부를 위한 성관계 안내서』는 루타가 8년 동안 두바이의 가정법원에서 결혼 상담을 해온 사례들을 정리해 엮어낸 책이다. 루타는 35년의 결혼 생활 동안 단 한 번도 성적 즐거움을 경험하지 못하다가 결국 이혼을 결심하게 된 여성 등 다양한 부부 갈등사례들을 접하면서 이 책을 출간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적인 사회에서 출판사를 찾지 못해 결국 루타는 이 책을 자비로 출간했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어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 책이 뜨거운 논란거리가 됐다. 많은 남성은 이 책이 공개적으로 논의해서는 안 되는 성을 다뤘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루타를 ‘이교도’ ‘죄인’ 등으로 부르며 죽이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하지만 이 책의 지지자들은 그동안 아랍 사회는 성에 무지했기 때문에, 이 책을 성교육 지침서 정도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인 루타도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책을 출간하기 전에 두바이의 이슬람 법률학자들의 검증을 거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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