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도망자2…전편보다 화려한 스펙터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적은 내부에 있다' 는 경고는 동서 이데올로기의 차이가 해소돼 버린 90년대 이후 영화가 기대는 상상력의 주요한 진원이 돼왔다. 5년전에 나온 '해리슨 포드의 도망자' 는 주인공의 아내를 살해한 범인을 동료의사로 설정함으로써 상식의 발판을 흔들었다.

'도망자2' 도 살인범의 누명을 쓴 주인공이 결백을 입증하기위해 증거를 수집하면서 사건을 해결한다는 줄기를 그대로 가져간다. 다만 해리스 포드 대신 흑인배우 웨슬리 스나입스가 해병대 특수요원으로 나와 '내부의 적' 에 쫓기면서 도망자가 된다.

특수훈련을 받은 만큼 그의 도주행각은 전작에 비해 훨씬 화려한 스펙터클을 보여준다. 기차가 탈선하는 장면은 죄수 호송 비행기인 콘 에어가 추락하는 것으로 대체되고, 해리슨 포드가 수십미터 높이의 댐 위에서 몸을 던진 장면은 스나입스가 20미터의 빌딩에서 달리는 기차를 향해 뛰어내리는 것에 밀려난다. 여기에 부두 곡물 비축장에서의 전투장면이나 공동묘지에서의 총격전같은 액션들이 보태졌다.

탐 우드, 다니엘 로벅, 라타냐 리처드슨등 토미 리 존스가 이끄는 미연방경찰국 수사팀의 면면은 별 변동이 없다. 세월의 무게가 움푹 파 놓은 토미 리 존스의 주름살은 그를 더욱 노련하고 중후한 수사관으로 분장시켰다.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레드' 등 키에슬롭스키감독의 영화로 낯익은 프랑스 여배우 이렌느 야곱이 스나입스의 연인으로 등장한 것을 보는 것도 재미다. 하지만 그녀의 이미지 때문에 영화는 손해를 봤다. 왜냐하면 도망자 스나입스가 악당인지 아닌지를 좀 체 눈치 못 채게 하자는게 영화의 의도였지만 그토록 '청순한 여인' 이 악당을 사랑하리라는 걸 누가 믿겠는가.

이영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