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MBC '여자 대 여자' 여성들 삶 진솔하게 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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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26일 저녁6시 MBC는 '여자 대 여자' (연출 안우정) 라는 새 시트콤을 선보였다. 전업주부, 미혼 직장여성 등 다양한 입장에 놓인 여성들의 일상을 진솔하게 그리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진 시트콤이었다.

의도는 환영할만했다. 여성의 일상과 거기에 밴 여성들의 생각을 그린 드라마나 시트콤은 거의 없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6일의 첫회는 제작 의도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오히려 여성의 이모저모를 단지 웃음의 수단으로 비하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연하의 남자 직장 후배가 좇아다니는 조민수의 경우를 보자. 어머니에게 "그를 상대하기도 싫다" 고 하다가 어머니가 "그럼 그만두라" 면 "도대체 딸에게 관심이 없다" 는 투의 변덕을 똑같은 대사로 여러차례 반복한다.

'노처녀란 이렇게 변덕스러운 것' 이라고 설정하고, '지나친 반복' 으로 과장표현하여 웃음의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인상이 짙은 대목이다.

조민수에게 남자들의 관심이 쏟아지자 여자 동료가 기분 상한 듯이 "예뻐서 좋겠다" 는 식으로 말하는 것이나 김효진이 부모에게 "못생기게 낳아놨으면 책임지기 위해서라도 성형수술 비용을 대라" 고 하는 부분도 한번 더 생각하고 대사를 다듬어야 하지 않을까. 용모로만 여성을 판단하는 세태에 순응하는 것이 최고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지나치지는 않은 듯하다.

물론 공감을 준 부분도 있다. 한 가족의 식사장면에서 주부가 '물 달라' '밥 달라' 는 시부모.남편.시누이 시중을 드느라 자신은 밥 한술 뜨지 못하는 것을 본 시청자라면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가졌음직하다.

시중들던 며느리가 벌컥 화를 내는 장면은 과장됐겠지만 시청자에게 "아이고, 우리 아내도 속으로는 저렇게 화내겠구나" 하는 '찔끔함' 을 던졌을 터다. 웃음과 함께 말이다.

안우정PD는 "첫회라 인물 설명에 커다란 비중을 두다보니 주제를 향한 이야기 전개가 약할 수 밖에 없었다" 고 말했다. 원래 60분으로 기획된 것을 50분에 맞추느라 대사를 많이 줄여 적절한 심리 묘사가 이뤄지지 못했다고도 설명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첫회의 단점을 연출자가 인식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여자 대 여자' 가 여성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바를 시청자들에게 말해주는 '대변인' 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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