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통해서 … ‘성냥갑 아파트’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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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실용적이거나 경제적이거나…’. 최근 분양시장에서 나타나는 아파트 수요자들의 청약 패턴이다. 입지 여건과 개발 재료가 아파트를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지만 요즘에는 같은 단지의 같은 크기 주택도 실용성·경제성에 따라 선호도가 많이 달라진다. 똑똑해진 수요자들이 당첨 확률을 높이기보다는 실용적인 구조를 찾는 데 따른 현상이다. 경기가 불투명할 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구조는 실용성이 우선=소비자들이 요즘 좋아하는 구조는 실용형이다. 최근 들어 업체들이 일반 아파트도 주상복합 같은 타워형을 선보이고 있다. 타워형 아파트는 ‘+’ ‘Y’ ‘□’ 등으로 건물 모양이 다양하고 내부 설계가 독특한 게 강점이다.

그러나 요즘의 청약 결과를 보면 판상형(一자형) 아파트 선호도가 훨씬 더 높다. 동광종합토건이 광교신도시에서 분양한 오드카운티 149㎡는 A~D 4개 가운데 판상형 건물에 들어서는 B, C 타입에 주택 수요자들이 몰렸다.

이 회사 김종민 분양팀장은 “소비자들이 통풍이 잘되고 집이 넓어 보인다는 이유로 판상형을 더 선호한다”며 “타워형보다 온도·습도 조절이 쉬워 살기에 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양메이저건설이 청라지구에서 공급한 동양엔파트도 7개 주택형 중 판상형인 117D㎡만 1순위에서 마감됐고 나머지는 미달됐다.

거실·주방·방 배치도 중요한 요소다. 주방을 남쪽에 배치하는 서구식 평면이 한때 많은 인기를 끌었지만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 반도건설의 청라 반도유보라 101㎡는 주방을 전면에 배치한 B타입보다 그렇지 않은 A타입이 더 인기였다. 현대건설이 지난달 서울 동대문구에서 분양한 회기 힐스테이트 84㎡도 주방을 남쪽으로 뺀 A타입(2.8대 1)보다 주방을 북쪽에 배치한 B타입(4.2대 1)이 더 인기였다. 현대건설 조무근 분양팀장은 “주방을 뒤에 두면 맞통풍이 가능해 음식 냄새가 더 잘 빠지는 등 실용성이 높다”고 말했다.

침실 개수를 수요자 마음대로 바꾸는 가변형 설계 상품도 요즘 들어 많은 인기다. 대전 오투그란데는 92㎡ A·A2타입 중 방 개수를 조절할 수 있는 A타입 경쟁률이 A2타입보다 두 배나 높았다. 가족 형태에 따라 공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확장형이 경제적=공간 활용도는 요즘 아파트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됐다. 전용면적이 같더라도 확장할 공간이 더 많은 타입에 손님이 많이 몰린다. 청라지구에서 나온 호반베르디움의 전용 85㎡는 4개 타입이 나왔다.

이 중 발코니 면적이 47.3㎡인 A타입에는 전체 청약자 5167명의 45%가 접수했다. B~D타입의 발코니 면적(32~33㎡)보다 15㎡가량 넓은 게 수요자들의 구미를 당겼다. 지난달 삼성건설이 선보인 래미안 의왕은 전용 59㎡B 발코니 면적이 35㎡로 59㎡B(29㎡)보다 넓게 쓸 수 있어 더 많은 사람이 찾았다.


발코니 면적이 넓은 타입을 찾는 것은 경제성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더 큰 주택을 분양받아 들이는 돈보다 발코니 확장 면적을 넓히는 게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청라 휴먼시아는 발코니 확장 면적이 3.4㎡ 이상 넓은 84A·B 주택형(3.5~4대 1)의 경쟁률이 84C·D형(2~2.5대 1)보다 높았다. 84A 분양가는 전용면적 기준 ㎡당 357만8000원이지만 발코니 확장 비용은 ㎡당 60만원이다. 랜드비전 이창언 사장은 “같은 주택형이라도 보다 넓게, 싸게 살 수 있는 주택형을 찾는 등 실속을 따지는 주택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일·이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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