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흔들리는 강원道政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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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강원도정이 흔들리고 있다. 강릉을구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 예정인 최각규 (崔珏圭) 지사가 27일 자신은 임기를 다 채우고 싶지만 개정 선거법에 따라 임기 두달을 남겨두고 지사직을 사퇴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崔지사가 사퇴이유의 전부인양 "문제가 있다" 고 꼬집은 개정선거법 조항은 제53조 제3항. 이 조항은 자치단체장이 임기중 여타의 공직선거에 그 직을 사임하고 입후보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법정선거일을 감안, 강릉을구 재선거가 오는 7월17일 이전 실시될 경우 오는 6월30일까지 지사직을 수행해야 할 崔지사는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이때문에 崔지사는 "개정된 이 조항은 위헌적 독소조항으로 가장 큰 경쟁자의 입후보를 막기 위한 여.야 국회의원들간 천하기 짝이 없는 야합적 망동" 이라고까지 비난했다.

그러나 이 조항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해도 자신의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를 위해 주민들로부터 위임받은 임기를 채우지 않겠다는 崔지사의 언동에 많은 도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선장을 잃은 도정이 잠시나마 공백상태를 맞기 때문이다. 도지사 출마를 위해 행정부지사가 이미 사퇴한 터라 정무부지사가 도지사 직무를 대리한다고 하지만 어려운 시기에 도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던 사업들이 큰 차질을 빚을 것이 분명하다.

당장 폐광지역 개발등에 외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오는 5월2일부터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키로 했던 崔지사는 28일 급격한 사유가 발생해 방문할 수 없다는 전문을 보냈다. 이때문에 이 사업은 "물 건너갔다" 는 말이 공무원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달 2일 능력있는 후진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도지사 불출마 선언을 했던 崔지사. 당적변경등 그동안 여러차례 정치적 변신을 해온 崔지사가 중앙정치무대 복귀를 위해 자의적 (?) 으로 임기를 채우지 않을 때 3년전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도민들은 과연 그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찬호 〈전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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