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너무 달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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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국 증시가 글로벌시장에서 유독 부진하다. 지난달 이후 5일까지 코스피지수는 0.2% 하락했다. 20% 넘게 오른 러시아·인도는 물론 3~4% 상승한 미국·일본 증시에도 못 미치는 성적이다. 두 달 만에 40% 가까이 급등하며 글로벌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던 3, 4월과는 대조적이다.

증시 전문가는 당분간 외국인 매수 강도가 약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진 데다 다른 신흥국 증시의 매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외국인은 ‘바이 코리아’를 멈추지 않았다. 3, 4일 국내 주식을 팔았던 외국인은 5일 사흘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지난달 이후 4조8000억원에 달하고 3월 이후로는 10조원을 넘는다.

그러나 선물시장 분위기는 다르다. 선물시장에선 외국인이 팔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3, 4월 지수선물시장에서 순매수를 기록했던 외국인은 지난달부터 순매도로 돌아섰다. 지수선물을 판다는 건 지수가 떨어질 걸 염두해 두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교보증권 김동하 연구원은 “북한이 핵실험을 한 지난달 25일 이후 외국인의 누적 선물 순매도 규모가 2만8000계약으로 급증했다”며 “외국인이 북한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예상보다 중요하게 여기거나 이를 빌미로 선물을 내다팔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자재 값이 뛰는 것도 국내 증시엔 불리한 점이다.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이 한국 대신 러시아나 브라질 같은 자원 부국에 눈을 돌리기 때문이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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