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건국 50주년]군사기술 바탕 첨단산업 우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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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나라없는 설움 속에 2천년간 방랑하던 유대인이 '약속의 땅' 에 이스라엘을 세운지 30일 (유대력) 로 50주년을 맞는다. '골리앗' 아랍국들을 물리친 '다윗' 을 자처하며 자주권을 쟁취했고 사막을 녹지로 바꿔 경제적 번영을 이룩해냈다. 이웃 중동국가들과의 끝없는 반목과 대결로 여전히 '중동의 화약고' 로 남아 있는 이스라엘의 오늘을 살펴본다.

이스라엘에는 번쩍이는 첨단 고층빌딩이 별로 없다. 어쩌다가 눈에 띄는 고층빌딩이라곤 호텔이 대부분이다. 수도 예루살렘이나 제1의 상업도시 텔아비브에서도 그런 모습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기술들을 보유한 기술대국이다. 지중해 인근 특유의 샌드 스톤 (모래가 많이 섞여 있는 돌 벽돌) 으로 지어져 겉보기에는 허름한 건물들 안에서 매일같이 수많은 첨단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컴퓨터 소프트웨어.전자 의료기기.생명공학 등과 관련된 분야의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다.

텔아비브에 있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 멤코의 오리 마진 사장은 회사의 기술을 소개하면서 "이스라엘의 첨단기술은 대부분 군사기술에서 비롯됐다" 고 말했다. 컴퓨터 그래픽 회사 '자파' 의 랜디 바새크 마케팅 이사는 "현재 미 뉴욕증시의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이스라엘 기업은 무려 1백개를 넘어 외국기업으로서는 캐나다에 이어 두번째" 라고 자랑했다.

이스라엘이 첨단 기술대국으로 발돋움하게 된 계기는 80년대초 이스라엘을 강타한 경기침체였다. 각종 첨단 군사 기술은 있었지만 이를 상업화할 기술이 별반 없었던 이스라엘 경제는 경제의 축인 수출이 악화되면서 통화인 셰켈화 가치가 마냥 추락하고 실업자가 급증하는 고통을 겪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84년 '첨단기술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 을 제정하고 인큐베이터 시스템이라는 방식을 통해 군사기술의 상업화 작업에 착수했다. 이 방식은 산업무역부내의 수석과학자사무소 (OCS)가 중심이 돼 첨단 기술업체의 기술을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사업성을 타진한 뒤 해당 기업이 기반을 잡을 때까지 지원하는 것. 이 방식이 성과를 거두면서 지난해 이스라엘 수출의 70% 이상을 첨단기술 품목이 차지하게 됐고 인큐베이터 센터는 전국적으로 26개로 늘었다.

예루살렘·텔아비브 = 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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