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국가들 군비경쟁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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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미 국가들 사이에 군비 (軍備) 확대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남미의 군비경쟁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나라는 칠레. 중남미 국가들중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은 칠레는 올해 모두 10억달러 규모의 탱크. 전투기. 잠수함 등 무기구입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미 프랑스. 독일로부터 탱크 3백대 (3억달러) 와 프랑스 - 스페인 합작 잠수함 2대 (2억2천만달러) 를 구입키로 한 바 있는 칠레는 수주일내로 미국이나 프랑스 또는 스웨덴으로부터 5억달러 규모의 최신형 전투기 12~16대를 구입하는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같은 칠레의 군비증강 움직임은 인접국들을 자극하고 있다.

우선 브라질은 오는 2005년까지 수십억달러를 들여 낡은 전투기들을 교체할, 신형 전투기 70대 구매계획을 세우고 미국에 관련자료를 요청해놓고 있다. 이미 아마존강 유역의 환경을 감시한다는 명목아래 군사목적으로 전용가능한 조기경보기도 보유하고 있는 브라질은 기존 F - 5전투기의 개량도 추진중에 있다.

남미에서 브라질과 패자 (覇者) 의 지위를 다투는 아르헨티나도 미 록히드 마틴사의 지원을 받아 지상공격용 A - 4전폭기 비행단을 신형 비행기로 교체중이고, 페루는 지난해 소련제 최신형 미그 - 29전투기 12대를 구입하기로 했다. 이밖에 중남미에서 가장 강력한 공군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돼온 에콰도르도 최신형 미국전투기 구입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군비증강 움직임은 지난해 미국이 중남미지역에 첨단무기판매를 제한적으로 허용, 카터 행정부가 지난 77년 만들어놓은 금수 (禁輸) 조치를 사실상 해제하면서 비롯됐다.

무기제작사들과 이들의 압력을 받은 국방부는 예전부터 '판매' 에 적극적이었으나 중남미의 사회.정정불안 등을 들어 무기판매에 반대했던 국무부마저 입장을 바꾼 결과다.

미국의 입장변화는 금수가 계속될 경우 유럽국들에 무기시장을 빼앗길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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